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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4일 15: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이하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가 해외 조선소 지분 투자에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당 투자 계획은 해양 방산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며, 수혜는 자회사인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오션(042660)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로, 공개 시장에서 독자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한화에어로가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감수하면서 자금 지원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가 이번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자금 활용 계획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로 자회사 지원…시장 우려 커져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오는 6월12일로 납입일이 예정된 유상증자 금액 3조6000억원 중 8000억원을 해외 조선소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상 방산을 주력으로 삼는 한화에어로가 조선소 확보에 자금을 배정한 것을 두고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사업 시너지 확대를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에어로는 내년 8000억원을 해외 조선소 확보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방산 업체 오스탈 지분 취득 등에 이 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스탈 인수를 통해 수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방산 선박을 제조하고, 한화시스템은 선박에 탑재되는 무기 체계 등을 생산하기 때문에 오스탈 인수에 따른 시업적 시너지가 크다.
다만,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모두 상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유상증자 등 공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에 방산 사업 전략을 총괄하지만 해양 방산과 사업적 시너지가 적은 한화에어로가 주주 가치 훼손을 감수하고 자회사간 시너지를 위한 자금 조달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를 통해 595만50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데, 기존 총발행주식(4558만1161주)의 13.1%에 달한다. 최대주주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미지수인 상태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자신의 주력 사업인 지상 방산 외에 유상증자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한화에어로 주주 가치를 더 훼손시킬 수 있다. 8000억원 투자로 인한 사업적 시너지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나눠 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에어로가 향후 보다 명확한 사업적 비전을 제시해야 주주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전략 대표이사가 30억원 규모의 한화에어로 주식을 매입하며 책임 경영 행보를 보였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태다.
강조되는 현지 생산…주주 달래기 될까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한화에어로가 수주 잔고 확대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요구된다. 지난해 한화에어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등 방산 특수를 누렸지만, 수주잔고회전율은 감소하고 있다. 매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쌓아둔 일감도 빠르게 소진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의 수주잔고회전율은 주력 사업인 지상 방산 사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3.6배로 2023년(4.9배)보다 감소했다.
한화에어로가 주장하는 투자의 시의성은 업계 안팎으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특히 재무장에 나선 유럽연합은 연합 차원에서 230조원 규모의 방산 무기를 공동 구매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은 현지 생산 비율을 65%로 높여 잡는 등 해외 방산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국내 방산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방산 구매 예산의 50%를 자국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최근 방산 산업의 흐름이 현지 투자를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있어도 이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S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한화에어로가 조선해양 거점 확충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한화에어로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 효과로 인해 기업 가치에는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가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투자 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의 최대주주 한화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화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시 필요한 자금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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