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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4일 16: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동생인 조현상
HS효성첨단소재(298050) 부회장과 지분 정리를 마치고 상속세 재원 마련에 분주하다. 그룹 계열사는 물론 개인회사까지 총동원해 전년보다 50% 넘게 배당금을 늘리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분 매입과 계열사 지배력 강화로 약 58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이 잡혀 있는 조 회장에게 배당 확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다. 특히 순이익이 안정적이지 않은 일부 계열사가 배당을 확대해 무리한 배당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년대비 50% 증가한 배당금…효성투자개발 ‘기이한 배당구조’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현준 회장이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게 될 배당금 총액은 570억원(비공개 및 비상장세 제외)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효성뿐 아니라 효성ITX,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조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일제히 배당을 결정하면서 조 회장의 배당 수입은 전년도 372억원 대비 5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주사인 효성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주당 3000원으로 배당금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올해 받게 될 배당금은 205억원 수준이다. 특히 자본잠식 상황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효성화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배당 행렬에 동참했다. 효성티앤씨로부터는 89억2000만원, 효성중공업 69억원, 효성ITX로부터는 분기 배당을 포함해 33억 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갤럭시아머니트리에서는 5억8000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각각 지분 96.35%, 8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조 회장의 개인회사라고 불리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에서는 배당금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부동산 임대 및 투자개발 법인인 효성투자개발의 남다른 배당 구조다. 회사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타 출자법인에서 받은 배당금 등 금융수익으로 이익을 보전하면서 당기순이익은 흑자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효성투자개발 배당금은 2023년 주당 22만원에서 지난해 25만원으로 올렸다. 같은 기간 총액은 35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 회장은 164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4억원,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한 회사가 400억원 규모의 배당규모를 결정한 것을 놓고 ‘오너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효성 및 주요 계열사의 해외 법인 성과로 수익이 좋아지면서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배당 수준이 올라갔다"면서 "효성투자개발의 경우 전문 투자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투자수익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준 회장, 상속세 부담 2000억원…배당으로 해결 전략
효성그룹이 전년에 비해 배당을 크게 늘린 배경에는 조 회장의 상속세 자금 마련이라는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별세한 조 명예회장이 남긴 효성그룹 계열사의 지분가치는 약 7162억원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상속세의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주식 상속에 붙는 20%의 할증을 고려하면 약 4200억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배우자인 송광자 여사와 삼형제 등 유가족이 나눈 재산 규모에 따라 조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액이 1700억~2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20년 연부연납을 활용하더라도 최소 매년 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미 1회차 납입을 진행한 조 회장으로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 카드가 절실하다.
그동안 조 회장은 동생 조현상 HS효성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효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이를 위해 막대한 수준의 주식 담보 대출을 일으켰다. 조 회장의 주식 담보 대출은 5822억원으로 전년보다 20% 가량 늘었다. 이미 주담대 이자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더이상 담보 대출은 힘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지배력 약화를 우려해 자산 매각보다는 배당 확대를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여유롭지 않은 재원 속에서 효성그룹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배당 확대를 통한 자금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효성은 과거에도 오너일가의 자금 마련에 고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부터 10년 동안 진행한 배당 규모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이는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 매입이 공격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조현준, 조현상 형제는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지분을 교환해 계열분리 마쳤는데 이후 상속세 마련을 위해서도 배당 줄이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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