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회사원 최홍만은 미세먼지 없는 시골 여행을 꿈꾸며 퇴근길에 모바일 게임을 켰습니다. 자기 이름을 딴 마법사 캐릭터를 만들고 시골의 정취를 즐기던 홍만은 '식료품점에 달걀을 갖다주면 뭔가 받을 수 있다'는 다른 모험가의 말에, 냉큼 닭 둥지로 달려갔습니다.
음식을 얻기 위해 달걀을 훔치던 마법사 최홍만이 닭에게 쪼이고 있다. (이미지=마비노기 모바일 실행 화면)
먹음직스러운 달걀을 본 홍만은, 이걸로 무얼 해 먹을까 상상하며 닭 둥지에 손을 뻗었는데요. '꼬꼬댁!' 암탉 수탉 할 것 없이 날아와 쪼는 바람에 몇 번을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알 지키는 닭 때문에 계란을 못 집다니. 홍만은 이곳이 '마비노기' 세계임을 절감했습니다.
넥슨이 27일 '마비노기 모바일'을 모바일·PC로 출시합니다. 20년 넘게 사랑받은 MMORPG '마비노기'를 재해석해, 정겨운 생활형 모바일 게임으로 내놓은 겁니다. 미리 해본 마비노기 모바일은 신규 게이머 유입을 염두에 둔 흔적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게이머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묻는다. (이미지=마비노기 모바일 실행 화면)
게임이 처음인 사람을 위해
넥슨의 목표는 기존 게이머가 장소 제한 없이 마비노기 세계를 느끼고,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은 마비노기라는 또 다른 세계의 매력에 어려움 없이 빠져들게 하는 겁니다. 마비노기의 아버지인 김동건 데브캣 대표는 모바일판을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원칙은 게임 초반에 선명히 드러났는데요. 캐릭터를 만들고 나면 마비노기란 무엇인지, 온라인 RPG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짧은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RPG 초심자 지원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이걸 선택하면, '초심자의 쁘띠캣 링'이라는 반지를 낀 채 게임을 시작합니다. 회복 물약을 자동 사용하고, 더 좋은 장비와 보석의 장착을 추천합니다. 전투 중 부활 시 20초간 공격력과 방어력이 각각 20%씩 올라가기도 하죠. 나중에 게임에 익숙해지면 이 반지를 언제든지 뺄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를 모르는 게이머를 위해 개요를 설명하는 화면. (이미지=마비노기 모바일 실행 화면)
또 장비 감정 등 새로운 기능이 활성화될 때마다, 사용법을 영상으로 설명해 줍니다. 그 덕에 초심자는 물론, 관련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기존 게이머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처럼 닭의 공격을 무릅쓰고 달걀을 훔쳐 요리하거나, 양털 깎아 경험치를 쌓게 하는 등 생활 콘텐츠의 재미를 계승했습니다. 특히 원작 대표 콘텐츠인 캠프파이어에서 다른 게이머와 대화하거나 음식을 나눠 먹거나, 스스로 악보를 만들고 협주하는 등 함께 어울리는 재미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만의 재미도 추구합니다. 원작 등장인물 외에 신규 NPC(비플레이캐릭터)가 등장해, 기존 마비노기와 연결되면서도 다른 흐름을 보여줍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에만 있는 자기소개 기능 '스텔라그램'과 '스텔라 돔'도 소통의 영역을 넓힙니다.
'편리한 자판'을 고려한 설계도 생활형 게임의 재미를 계승하려는 시도입니다. 전화기를 가로세로 방향으로 돌릴 때마다, 화면이 그에 맞는 구성으로 자동 전환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가로 세로 화면이 자동 전환된다. (이미지=마비노기 모바일 실행 화면)
초보자 일관된 지원 필요
다만 상황별로 편의성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좋은 장비를 자동 착용할 수 있는 버튼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던전을 도는 도중에 얻은 장비를 가방에서 꺼내 자동 장착할 수는 없었습니다.
플랫폼 간 경험의 차이가 '괴리감'으로 다가오는 점도 있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PC판은 처음 시작할 때 키보드·마우스의 어느 버튼을 눌러야 주인공이 움직이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선 온라인 RPG라는 설명 만으로는 플레이 하는 데 다소 부족함을 느낄 겁니다.
목표 달성 후 진행을 위해 '화면을 터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모바일 게임에 적합한 이 같은 용어는 이 게임을 PC로 처음 접한 사람에겐 괴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 모바일·PC 크로스 플레이 게임의 관습적인 표현이기도 한데요. '아무 곳이나 눌러주세요'라는 안내문이 플랫폼 간 괴리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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