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지분형 주택담보대출' 도입을 검토하자 시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당국이 대출 한도를 줄여 집을 사지 못하게 막아놓고 지분을 투자해 이익을 공유받겠다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냥 대출을 해달라"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지분형 주담대를 제시했습니다. 지분형 주담대는 정부와 개인이 주택의 소유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주택 구매자의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지분형 주담대는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매입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 제공)
다만 정부 지분에 대한 배당금은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지분을 나눠 갖다 보니 거래나 처분, 상속·증여 때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분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것도 까다로울 것이란 우려입니다.
지난 2013년 공유형 모기지, 2018년 수익공유형 모기지 등 지분형 주담대와 유사한 형태의 시도들도 모두 실패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당시 시장의 저조한 수요와 운영의 복잡성 등이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와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컸습니다.
금융당국은 실패 사례를 분석해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한 부동산 커뮤니트에는 "여기가 중국이냐" "21세기형 공유주택임. 러시아 북한 공공주택과 비슷하다" "그냥 대출을 해달라" "금융당국이 제정신이 아니다" "시세차익 노리고 영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라는 등의 격한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서울 송파구, 강남구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집값 올라도 문제 떨어져도 문제
정부가 부동산 투자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택 지분투자를 통해 고수익이 나면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국민 혈세를 날리게 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지분형 주담대는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란 공식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가 널렸는데 상식적으로 잘 될 사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지분형으로 집을 샀는데 향후 집값이 떨어져 소유주가 이를 팔면 정부에선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라는 취지는 좋긴 하지만 변수가 많아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차라리 정부가 집을 짓고, 집값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살게 해주는 전세 정책을 내놓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해당 정책으로 인해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더 폭등할까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현 부동산 시장에 맞지 않은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강한 한국 시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게 주된 근거입니다. 아울러 생애최초 등 다양한 저금리 정책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지분형 주담대를 활용할 요인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택 구매자들이 미래의 시세 차익을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심리와 정부와의 복잡한 지분 관계 설정은 부담"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지분형 주담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재테크 심리를 고려한 설계와 정부 지분 수익의 투명한 활용 방안이 필수적"이라며 "과거 유사 정책들의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이재희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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