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18일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금소원 분리·신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개악"이라며 집단 반발했습니다.
금감원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및 직원 등 1200여명은 이날 오후 12시5분부터 40분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 나섰습니다. 금감원 직원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지난 2008년 당시 금융감독기구 개정 반대 집회 이후 17년 만입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임유진 기자)
검은색 옷을 입고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직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역행하는 금소원 분리 결사 반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금감원 독립성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주최 측 추산 1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시위 현장에서 일부 직원은 검은색 상복을 입었고, 일부는 근조 리본을 달았습니다. 이들은 '분리형 감독기구 성공 사례 전무하다', '관치금융 중단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라', '명분 없는 조직개편에 금융소비자만 피눈물'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을 세우고 대규탄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단지 그럴싸한 구호이자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실상은 기관장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한 금감원 해체"라고 규탄했습니다. 또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체계를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시켜 관치금융을 부활하려는 획책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인위적으로 분절해 금융소비자 보호는 오히려 약화시키면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만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비대위는 또 "금융소비자 보호의 독립성·중립성 강화를 위해 인사청문 대상자에 금감원장을 추가하라"며 "국회에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제고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어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른 입법 대응 태스크포스(TF)의 법안 검토 기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해 졸속 입법"이라며 TF 운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을 향해서는 "금감원의 조직 구조, 운영, 업무 절차 등 금감원 업무 전반에 있어 뼈를 깎는 쇄신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김재섭 의원이 18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위 현장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강민국 의원과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이 참여했습니다. 강 의원은 "기재부 권한을 축소하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엉뚱하게 금감원을 해체 분리하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는 금감원을 정부 치하에 두려는 신(新) 관치금융을 꾀하는 개악으로, 여러분과 함께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의원 역시 "정부 조직 개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재물처럼 돼왔다"며 "금융당국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에서 그 어떤 명분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코스피 5000을 얘기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을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겠냐"면서 "소비자 보호는 금융감독의 핵심 기능이기 때문에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노조와 직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금융감독 독립성을 저해하는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관치금융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연단에 선 김동명 선임조사역은 자유발언을 통해 "책임지지 않는 모피아가 금융을, 금융감독을, 금융감독원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라며 "금소원 분리는 그저 모피아 대신 책임을 떠안을 방패막이 하나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우리에게 '싫으면 나가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 없다"며 "모피아에게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맡기고 도망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임유진 기자)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