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원 탈락' 제4인뱅, 진정한 메기 되려면
2025-09-19 06:00:00 2025-09-19 06:00:00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했던 컨소시엄들이 모두 탈락했다. 제4인뱅이 또 한 번의 '메기효과'로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했던 터라 시장의 아쉬움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외부평가위원회가 신청사들을 평가한 결과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제4인뱅은 6월 말 인가 발표가 예고됐으나 금융당국 개편 논의와 수장 공백 등 주요 사안에 일정이 밀렸고, 새 정부에서 인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단 일부의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소호은행은 대주주 자본력과 영업 지속 가능성 및 안정성 부족, 소소뱅크는 대주주 불투명과 자본력 및 추가 자본출자 가능성 미흡, 포도뱅크와 AMZ뱅크 역시 대주주 불투명과 자본력 부족이 탈락의 주요 사유가 됐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실패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인뱅의 설립 취지와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1세대 인뱅의 출범은 금융권의 경쟁을 촉발했다. 일부 금융소비자에게는 대출금리 인하나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후 주요 인뱅들이 출범 본연의 취지보다 주담대 등에 쏠려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실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체감한 변화는 제한적이었다. 플랫폼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자금 접근성은 여전히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결국 인뱅이 진정한 의미의 '포용 금융'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비대면 편의성만 강조한 기존 은행의 축소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향후 인뱅에 도전해야 할 도전자들의 과제도 분명해졌다. 제4인뱅이 제대로 출범하려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데이터 기반 대안 신용평가를 가장 먼저 실험하고 적극 도입해야 한다. 매출 흐름, 카드 결제 내역, 배달 플랫폼 활동 데이터 등 현장의 경제활동을 반영한 평가로 기존 금융권이 외면했던 차주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 
 
정책금융과의 연계 강화 역시 준비 과제다. 인터넷은행 플랫폼 안에서 정책금융을 원스톱으로 연결해준다면 소상공인은 불필요한 서류와 시간 낭비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금리 체계다. 제4인뱅이 출범 취지인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이 되기 위해선 이자 장사의 유혹을 벗어나야 한다. 시장금리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은행의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제4인뱅이 출범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키울 수 없다. 인뱅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뒷받침할 때 소상공인 대출은 단순한 부채가 아닌 성장 자본이 될 수 있다. 
 
제4인뱅의 전원 탈락은 제도와 심사의 문제라기보다, '누구를 위한 은행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도전자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일지 모른다. 단순히 '혁신'을 외친다고 진정한 혁신이 이룰 순 없다. 제4인뱅이 진정한 메기로 금융권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자영업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금융, 폐업의 위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금융을 실현해야 한다. 
 
다음 도전자들은 화려한 자본력이나 IT 기술, 플랫폼 경쟁력이 아니라, 자금난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은행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인뱅이 금융산업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얻고 대한민국 경제의 풀뿌리를 지켜내는 금융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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