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중견 완성차 3사(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의 희비가 갈리고 있습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체 80% 이상에 달하는 GM한국사업장은 관세 부담에 또다시 '철수설'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낮은 르노코리아(10% 미만)와 KG모빌리티(5% 미만)는 관세 대응보단 미래 동력 확보에 힘을 더 쏟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했습니다. 특히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른바 ‘관세 폭풍’이 현실화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국내 중견 완성차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GM한국사업장(한국GM)입니다.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물량의 약 84%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간 한국GM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관세 없이 미국으로 차량을 수출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새 관세 정책으로 FTA의 무관세 장점이 사실상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가격 경쟁력 하락까지도 이어집니다. 가격 경쟁력 하락은 연쇄적으로 판매부진까지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GM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앞서 한국GM은 판매부진으로 지난 2018년 군산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사태를 겪으며 철수설에 휘말린 전례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GM 본사 관계자의 발언이 불씨를 더했습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는 한 컨퍼런스에서 “GM은 이미 해외공장의 재고를 30% 이상 줄였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장의 생산을 전환해 관세 효과에 대응할 능력을 갖췄지만, 관세가 영구화되면 공장 이전 여부와 생산 할당 정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이번 관세 폭풍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르노코리아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10% 미만으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 관세 부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자회사 폴스타와 협력해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폴스타4’를 부산 공장에서 연간 1만 대를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KGM도 트럼프 발 관세 폭풍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입니다. KGM은 미국 시장 대신 튀르키예를 포함한 서유럽과 중동 지역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이번 관세 정책이 사업 전반에 미칠 파장은 미미합니다. 실제 작년 KGM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KGM은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한 신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기차 픽업 트럭 ‘무쏘 EV’와 중형 SUV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의 신차 라인업을 통해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재임 시절 한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가,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다”며 “나라마다 또는 기업마다 다시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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