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이재용 회장의 경영 메시지 이후 그룹 전반을 둘러싼 위기 극복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 전문성을 갖춘 인재 영입과 내부 인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과 함께, 이 회장이 선두에 서서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리테일(소매) 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북미 유통 전문가인 소피아 황-주디에쉬 전 토미 힐피거 북미 대표를 선임했습니다. 황-주디에쉬 부사장은 허드슨스 베이 사장, 울타뷰티 전략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유통 전문가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로 영입한 바 있습니다. 최초의 외국인 디자인 총괄 사장에 오른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필립스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시작해 3M과 펩시코에서 CDO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디자인 업계에서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인한 리더십 공백 해소를 위해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장을 후임으로 인선했습니다. 한 부회장이 겸임했던 생활가전(DA) 사업부장에는 김철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을 임명했습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DX 부문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내부 리더십 공백을 서둘러 해소한 배경으로는 그룹을 둘러싼 복합 위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룹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디바이스솔루션·DS)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세트 사업 역시 고전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은 지난 2023년 30.1%에서 지난해 28.3%로 감소했고, 스마트폰도 19.7%에서 18.3%로 줄었습니다.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77조2208억원, 영업익 5조1148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57% 감소한 수치입니다.
결국 반도체 사업 부진을 세트 사업으로 버텨야하는 까닭에 내부 조직을 서둘러 다지는 한편, 외부 전문가 수혈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관측됩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최근 위기 극복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회장도 그룹 내 위기 극복을 위해 선두에 나섰습니다. 최근 중국에 이어 일본 출장길을 떠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 등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회장은 앞선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면담 자리에도 참석하는 등 사법리스크로 멈춰있던 글로벌 경영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은 제품이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연계되고 융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며 “기술적 역할도 좋지만 전략적 방향성 등 포트폴리오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부분에서의 인사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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