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1분기 역성장 쇼크를 털어내고 반등했지만, 하반기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수출 충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은 어둡습니다. 올 하반기 성장 경로는 수출 둔화 속 소비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큰 핵심 변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입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연되거나 상호관세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인 수출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바닥 찍고 꿈틀댄 '소비'…역성장 고리 끊어낸 성장 동력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초 뒷걸음질 쳤던 우리 경제는 2분기 반등하며 역성장 쇼크에서 벗어났습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는 0.6%로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한 수치(0.5%)보다도 0.1%포인트 높았습니다. 1분기(-0.2%)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기존 성장 예측 경로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2분기 성장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탄핵 정국 이후 정부·민간소비 증가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성장 반등의 주요 동력은 내수 회복이었습니다. 전 분기 -0.1%를 기록했던 민간소비는 0.5% 증가로 돌아서며 성장세를 견인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국내외 유명 가수들의 대형 공연 등 오락·문화 관련 소비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정부소비도 전 분기 0.0%에서 2분기 1.2%로 상승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습니다. 유방암 건강보험 급여 확대, 어린이 대상 고난도 수술 지원 확대, 대통령 선거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비 지출 증가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분기 민간소비와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각각 0.2%포인트에 달했는데, 두 경제주체의 소비가 성장률을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는 의미입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수출이 반도체 호조 지속 등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나타낸 데다가 지난 분기에 감소했던 민간소비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심리가 살아났다"며 "이번 분기에 지난 1년 동안의 성장 부분이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완화됐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관세 영향 3분기부터…하반기 성장 경로 핵심 키 '관세'
문제는 3분기 이후입니다. 3분기 이후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라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라는 부정적 요소도 있습니다. 일단 이달 초 확정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과 이를 통해 지난 21일부터 지급되고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의 효과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한은은 2차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급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이 내수 활성화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110.8)는 2021년 6월(11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소비 회복에 대한 정부 기대감은 큽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소비 진작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경우 승수 효과가 크지 않으면서 성장률 제고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하반기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입니다. 일단 한은은 일본 수준(15%)으로 한미가 상호관세에 합의해야 올해 0.8%의 성장 전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만약 미국과의 협상이 지연되거나 상호관세율이 일본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하반기 수출은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률이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미 관세 협상이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분기 GDP의 반등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고, (상승폭도) 생각보다 약한 수준"이라며 "3분기 소비쿠폰 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건설투자·설비투자가 계속 부진하고, 특히 관세 협상 결과가 일본보다 좋지 않다면 연간 1% 성장 달성은 물론, 성장률 개선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1분기보다 0.6% 성장한 가운데,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