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계륵' 디지털 보험사 줄줄이 적자
5개 보험사 순손실 1852억원
2025-04-09 15:04:55 2025-04-09 17:41:5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는데요. 디지털 채널을 통해 성장 발판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단기보험 수익성 부족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하나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캐롯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모두 1852억원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전년(2328억원)에 비해 개선됐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손보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279억원으로 전년(879억원)대비 대폭 개선됐습니다. 같은 기간 교보라이프는 240억원에서 256억원, 캐롯손보는 760억원에서 662억원, 신한EZ손보는 77억원에서 174억원, 카카오페이손보는 372억원에서 481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디지털 보험사란 보험 상품의 판매, 계약 관리, 보험금 청구 등 보험 업무 전반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보험사를 의미합니다.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는 종합보험회사지만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하면서 디지털 보험사로 알려졌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보험소비 제공과 신시장 창출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사 출범 이후 흑자로 전환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는 소액단기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어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소액단기보험을 많이 팔아도 수익성이 좋은 상품은 아니다"라면서 "소액단기보험을 통해 홍보하고 장기보험을 판매하려고 했지만 시장 니즈를 채우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소액단기보험은 디지털로 판매할 수 있을만큼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명확해 가입이 수월하지만, 장기보험은 대면 채널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보통 상품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설계사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며 "상품이 복잡한 장기보험이나 건강보험같은 경우 디지털 채널로 가입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하나손보는 대면 채널 활성화와 장기보험 판매를 강화하면서 적자가 600억원가량 개선됐습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디지털보단 대면 채널에 힘주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며 "앞으로도 종합보험회사로서 대면 채널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속 적자에 건전성도 부담
 
디지털 보험사들은 지속적인 적자에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관리도 어려운 모습입니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고, 단기보험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지급여력비율이 보험 만기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지급여력비율 156.24%를 기록하면서 전년(281.26%)대비 125%p가량 떨어졌습니다. 신한EZ손보도 같은 기간 469.41%에서 159.16%로 하락했습니다. 하나손보는 154.89%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회계상 장기보험 위주로 판매해야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유리하다"며 "단기보험이 많으면 지급여력비율 등 건전성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보험사도 지급여력비율 규제를 동일하게 받아 관리 부담이 있다"면서 "최근 계속 적자가 나면서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각화 하는 추세"라고 부연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지털 보험사가 실적 개선에 나서려면 대면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로 가입한다는 건 많은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되는 건데 건강보험이나 장기보험은 그게 불가능하다"며 "또 디지털로 설명을 다 붙이려면 디지털 보험으로 인가가 안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 판매 방식을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습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사'라는 게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다르게 받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보험사처럼 채널을 넓히고 장기보험 판매를 늘리는 게 관건"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보험으로 상품 다각화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한 보험회사의 여행자보험 가입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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