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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HLB이노베이션(024850)이 지난해 인수한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이하 베리스모)에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인수 당시 발생한 대규모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베리스모는 HLB이노베이션이 지원한 자금을 임상시험 및 회사 운영에 사용할 예정인데, 신규 자금을 통해 임상시험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야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HLB이노베이션의 회계감사인은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에서 '영업권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적시한 바 있다.
(사진-HLB이노베이션)
영업권 손상차손 리스크 안고 추가 투자 단행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그룹의 계열사인 HLB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종속회사 베리스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338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베리스모는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펜실베니아대학 연구진들이 참여해 설립한 바이오 기업이다. 개발 성공 경험과 함께 차별화된 SynKIR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SynKIR-110(고형암 치료제)과 SynKIR-310(재발성 혈액암 치료제) 등 2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해 임상 1상을 동시 진행중이다.
베리스모는 이번 유증을 통해 4차에 걸쳐 총 433만9620주를 발행한다. 여기에 HLB이노베이션이 단독 참여해 발행 신주 전액을 인수한다. 취득 목적은 베리스모의 임상시험 진행 및 운영비용 조달을 위한 투자다. 인수 후 HLB이노베이션이 보유하게 될 베리스모 주식수는 3135만7487주로 지분율은 99.52%다.
이는 HLB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삼각주식교환을 통해 베리스모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집행하는 첫 투자다. HLB이노베이션이 미국 자회사 HLBI 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563억원을 출자하고, HLBI USA가 해당 자금을 베리스모 주주들에게 제공, 베리스모의 주주들이 해당 자금을 재원으로 다시 HLB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HLB이노베이션은 무형자산이 급증해 손상차손 발생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회사의 기타무형자산은 2023년 4667만원에서 1841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총자산 대비 무형자산 비율도 0.05%에서 68.69%로 뛰었다. 무형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잡히기 시작한 영업권이 154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액 베리스모에 배분돼 있다.
영업권은 매년 손상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만약 피인수기업의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영업권 손상차손은 기타영업외비용에 반영돼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고 자산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HLB이노베이션의 회계감사인은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에서부터 '영업권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적시했다.
문제는 베리스모에서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베리스모를 인수하기 위한 유증 당시 외부평가기관인 신화회계법인이 작성한 평가의견서에 따르면 베리스모에서는 2029년부터 1628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2033년부터 본격적으로 30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베리스모에 배분된 영업권 규모만 해도 자산총계의 57.69%에 달하는 만큼 아직 1상에 불과한 베리스모의 임상에 차질이 생겨 현금창출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영업권 손상으로 인한 재무제표 상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HLB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베리스모가 앞으로 난치성 암에 있어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임상 결과를 통해 입증될 것"이라며 "빠르면 올 연말부터 주요 암 학회 및 저명 학술지를 통해 SynKIR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임상1상 데이터를 비롯해 중요한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CAR-T 자금 지원 전담…개발 의지 확고
그간 HLB그룹은 베리스모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HLB는 2021년 베리스모 지분 10% 취득에 57억원을 들여 첫 투자를 집행했고, 같은 해 HLB제약도 113억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취득했다. 이어 2022년엔 HLB제약이 121억원, 2023년엔 HLB가 65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삼각합병 과정에서 HLB이노베이션이 발행한 신주 약 5000만주는 증자 이전 발행주식총수의 55% 가량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어서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사전에 각 계열사에서 베리스모 지분을 확보해둔 덕에 HLB그룹은 HLB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HLB이노베이션을 비롯해 HLB그룹이 보유한 베리스모의 지분이 50.85%였기에 HLBI USA가 베리스모 인수 대가로 지급하는 HLB이노베이션의 주식 절반은 다시 HLB그룹에 배분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HLB이노베이션은 HLB와 계열사들이 지분 31.79%를 가지고 있다. 이로써 HLB에서 HLB이노베이션, 그리고 베리스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단순해졌으며 HLB이노베이션이 CAR-T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담하게 되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HLB그룹의 CAR-T 개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베리스모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김 박사를 HLB이노베이션의 각자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으며, 진양곤 HLB그룹 회장의 차녀 진인혜씨가 HLB이노베이션 이사회에 참여, 베리스모에서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HLB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베리스모는 최근 미국 소포림프종 혁신 연구소(IFLI)로부터 약 58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당사는 IFL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SynKIR-310의 임상 및 상업화를 추진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후속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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