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융위 해체' 추진…금감원 권한 세진다
2025-04-16 06:00:00 2025-04-16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합니다. 금융위가 수행하는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 대부분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입니다. 금융위가 상반되는 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금융감독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금융감독 부실이 이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금융감독 정책부터 집행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할 전망입니다.
 
금융정책 기능 기재부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재부 조직 개편과 동시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과도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재부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조직 개편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참에 금융위 기능을 재조정하자는 취지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캠프에서 정부 조직 개편 관련 주요 공약을 검토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표준안을 준비해놓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기재부 조직 개편과 맞물려 진행됩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가칭)'와 '재정경제부(가칭)'로 분리하는 내용의 기재부 개편안을 검토 중입니다. 기재부에 예산·세제·국고 등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반면 견제와 균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변경해 나머지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금융위를 폐지하면 금융정책 기능을 바로 이 재정경제부로 이관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조직 모델입니다. 
 
현재 금융위 체제는 이명박정부 때인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합친 형태로 출범했습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체론에 시달려왔습니다. 그간 감독 체계 개편이 제기된 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금융위 해체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부활로도 볼 수 있습니다. 1998년까지 존속해온 금감위는 9인의 소수 공무원으로 구성된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였습니다. 이후 1999년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된 금감원이 설립됐고, 금융당국은 금융정책을 만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감위·금감원 3원 체제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금융위원회 해체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김병환(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소비자보호원 별도 신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새 금융감독 체계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시행령이나 감독 규정 개정권을 갖고 있다보니 실제 감독 집행을 하는 금감원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을 겸직하면서 감독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것이 좋다는 취지입니다.
 
새 금융감독 체계에서는 금감원이 쪼개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금감원이 통합해 맡아 오던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감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별개의 기구로 신설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소위·금소원 각각 전담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 등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금감원에 증권선물위원회(현재 금융위 산하)를 두는 내용도 검토 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거대 금융사의 부실과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원화 된 금융감독 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에 독립적인 위원회 형태로 소비자금융보호청(CFPB)을 두고 있습니다. CFPB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있으며 금융기관 감사나 금융교육 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 영업 행위를 감독하는 '금융행위감독청(FCA)'과 금융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비롯해 전자 결제,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감독에 대한 감독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쟁 조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 교육까지 모두 맡고 있어 기능 재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금융사 검사·감독이 강화할수록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등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 보니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감독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항의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