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가사노동자 '무단이탈' 이어 '미허가 노동' 논란
고객과 '사적계약', 추가 노동으로 소득 올려
회사, 인사위원회 열고 노동자 징계 절차 고심
근로계약 밖 노동시 산재·보상보험 적용 안돼
전문가 "서비스 이용자·노동자 교육 강화돼야"
2025-04-14 16:39:48 2025-04-14 17:10:45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업무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2명의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사업장을 무단 이탈한데 이어 최근엔 다른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회사의 허가 없이 추가 근로를 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자신을 고용한 업체도 모르게 고객과 '사적계약'을 맺고 일한 겁니다. 일각에선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14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노동자 A씨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자신이 일하는 가정에서 약 1시간씩 추가 노동을 해 왔습니다오후 업무를 마친 뒤, 오전에 근무하는 가정을 다시 방문해 추가 노동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A씨는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주말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노동은 지난 1월부터 3월 말까지, 회사에 적발되기 직전까지 이어진 걸로 추정됩니다.
 
추가 노동의 대가로 A씨는 시간당 1만원이 넘는 시급을 받았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요금은 지난 2월까지 시간당 13940원이었다가 올해 3월부터 16800원으로 올랐습니다. 고객은 더 적은 비용을 내고 가사노동서비스를 이용한 겁니다. 사적계약 배경에는 더 많은 노동을 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자 했던 필리핀 가사노동자와 더 저렴한 요금을 지불하고자 하는 고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3일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가사노동자 사적계약…출입국관리법 위반 사유될까
 
해당 업체는 지난 10일 추가 근로를 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징계 처분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 취업규칙 위반 정도에 따라 징계처분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적용될지도 관건입니다. 고용허가제(E-9) 노동자는 지정된 근무처가 아닌 곳에서 근무해선 안 됩니다. 지정된 근무처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법무부가 적발하는 경우, 법무부는 체류자격을 취소하고 특정 기한까지 출국을 명령합니다.
 
하지만 가사노동자 A씨의 사정은 출입국관리법 적용과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회사가 연결해 준 고객의 집에서 추가노동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계 법조계 해석입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E-9 비자가 있다고 해도 지정된 업체 외 다른 데서 일하면 소위 합법적인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법무부가 비자를 말소하고 출국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A씨의 경우 지정된 곳에서 일한 건 맞으니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문제라기 보다, 내부 징계 사유의 문제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 등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해당 가사노동자의 행위가 출국조치까지 될 사항인지는 법무부에 문의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업체가 사실조사를 하고 있는 사안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절차상 위반이 확인되면 업체에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서울시청이나 고용부가 책임을 같이 하고 있는데, 회사의 근로규칙이나 내부 운영 규정들이 있으니 업체의 판단이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고객과 가사노동자에게 '사적계약 위험성' 교육·예방해야"
 
사적계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유사사례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비스 이용고객과 가사노동자 모두에게 사적계약은 당장 이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일하다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하는 동안 노동자가 다치거나, 실수로 기물을 파손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적계약에 따른 노동은 업무 외 노동시간에 해당합니다. 노동자는 산재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피해는 이용고객의 피해와도 직결됩니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사적계약을 한 경우 노동자가 일하는 동안은 산재배상책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내국인 가사노동자의 경우도 수수료를 아끼겠다며 고객과 사적계약을 맺고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 개인이 배상 책임을 물게 된 적 있었다. 사적계약은 엄히 금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적계약은 관리자 없이 일하는 노동의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사적계약 기간 동안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문제가 될 수 있다이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업체가 사적계약의 위험성을 교육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지난해 9월 첫 발을 뗐습니다. 당초 시범사업 기간은 6개월로 올해 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정부는 시범사업을 1년 더 연장했습니다가사관리사와 이용고객 가정의 만족도가 높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업초기부터 현재까지 저임금, 통금시간, 무단이탈 등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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