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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Private Equity) 제도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 자본의 대항마를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PE 결성 규모의 증가와 신생운용사 참여 등 경쟁 심화로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지면서 운영비 절감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측면의 가치 제고를 PE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IB토마토>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는지를 되짚고 PE와 피투자기업 간의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홈플러스가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채권자 변제 방안이나 정상화 계획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홈플러스가 지속적인 영업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거래 채권 상환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점포 등 자산을 매각해 이자 부담을 메우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 2015년 인수 당시 차입매수(레버리지 바이아웃·LBO)로 자금을 마련하면서 오랜기간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상환해 왔다. 그 결과 지속적인 점포 감소 등으로 시장 경쟁력 약화와 과중한 재무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온 상황이다.
(사진=박예진 기자)
영업적자 이어지는데 연 금리 10% 대출…또 점포매각 나서나 '불안'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오는 6월12일에 제출할 회생계획안 상 변제 계획에 반영할 채무금액은 2조2700억원에 이른다. 지난 4월10일 법원에 제출한 제출한 ‘채권자 목록 리스트’ 상 총 채무 합계액은 2조6960억원에서 법원으로부터 조기 변제 허가를 받아 이미 상환 중에 있는 '상거래 회생채권'과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제외한 금액이나, 여전히 지난 1월 말 기준 1년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374억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2조원을 상회하는 채무 규모를 현금창출력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변제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채무 변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는 최근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연 10% 금리에 3년 만기 조건으로 600억원 규모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 대출을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대출을 받은 DIP은 구제 금융의 일환으로, 주요 임원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갚지 못하면 김 회장 개인이 갚는 구조로, 만기는 3년에 금리는 연 10%다. 단순 계산 시 연간 이자는 60억원에 이른다.
당장 대출 실행 6개월 후에 이자 60억원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회계연도 2023년(2023년3월1일~2024년 2월29일) 기준 홈플러스는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도 1571억원 손실이 이어지며 당장 이자를 지급할 돈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이자비용을 갚기 위해 또다시 점포 매각 등으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 측에 따르면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가 매장 수는 89개에서 56개로 감소했고, 임대 매장 수는 53개에서 70개로 증가했다. 이에 자가 매장 비율은 60.68%에서 44.44%로 감소, 임대 매장 비율은 37.32%에서 55.56%로 증가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재입점을 추진하는 7개 매장을 추가하면 임대 매장 비율은 58%로 늘어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DIP 대출은 법정관리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일종의 구제 금융으로, 소상공인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한 건"이라면서도 "이외에 아직 구체적인 변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산 매각해 차입금 갚기 '급급'…이번 대출부담도 홈플러스가 떠안아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의 인수가액 7조2000억원 가운데 약 5조원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는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전략을 활용했다. LBO는 인수합병(M&A) 거래를 성사한 후 피인수 기업의 이익금이나 자산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인수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이 대출 담보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BK 인수 이후인 2015년(회계기준)부터 홈플러스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2월 말까지 약 9년간 연평균 3704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같은기간 연 평균 8932억원이 나갔다. 지분법투자주식, 투자부동산, 토지, 건물 등을 처분해 차입금과 사채 등을 상환하는 데 급급한 모습의 현금흐름표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18년 4272억원, 2019년 5415억원, 2020년 9662억원으로 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급기야 2021년에는 1조7803억원으로 1조원을 크게 넘어섰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조3105억원, 1조1323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현금 유출이 이어졌다. 이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020년 7865억원에서 2023년 155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024년 2월 말 유동비율은 23.95%까지 낮아졌다.
한국기업평가 등은 올해 2월 홈플러스가 그동안 지속적인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로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점포 매각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MBK의 운영 행태에 대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MBK가 기업회생을 개시한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채권자 변제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계획이 부재하면서 임직원과 납품업체 등에 연쇄적인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상거래 채권자들과 개인 기업 투자자 보상을 위해 2조원의 사재를 출연하라"며 구체적인 변제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별도의 계획안은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MBK가 단기사채 등 채권변제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는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가 투자자가 개인 자산을 출연해 채권자나 피해자에게 보상한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2005년 사모펀드그룹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베인 캐피털에 인수됐던 토이저러스의 경우에는 보상이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실직 직원들의 보상 요구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2018년 11월 베인 캐피털과 KKR은 총 2000만달러의 보상 기금을 조성하면서다. 해당 금액은 약 2만명에 이르는 전직 직원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K 김병주 회장이 1조원 투자 약속을 지키고 사재를 출연해 홈플러스를 정상화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6월12일까지 연장된 회생계획안에 점포 매각과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이 포함된다면 이는 홈플러스의 청산 시기를 연장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며 "이번에 600억원 대출을 진행한 것 역시 사재출연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자 비용 등은 모두 홈플러스가 지고 있어 부담만 가중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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