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리볼빙 '나도 모르게 가입' 주의보
2025-04-18 14:39:46 2025-04-19 02:09:35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 20대 A씨는 깜빡하고 통장에 돈을 채워놓지 못한 채 카드 대금 납부일을 맞았습니다. 다음 날 통장에 돈을 입금했지만 남은 금액은 여전히 결제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카드사에 확인해보니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부결제금액이월(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 카드 발급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게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리볼빙 위험성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채 '최소 결제', '일부 결제' 등 문구에 현혹돼 가입하거나, 카드 발급 시 필수 항목으로 오인해서 동의하는 경우가 주된 원인입니다. 따라서 리볼빙 서비스 가입을 신청한 기억이 없더라도 카드사 앱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감원 경고에도 위험 고지 '부족'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리볼빙 상품에 대해 설명 의무 절차를 도입하는 등 예기치 않은 소비자 피해 확산 방지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이번 달에 결제해야 할 카드값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카드값 100만원 중 이번 달에는 10만원만 카드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90만원은 다음 달 카드값과 함께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결제 금액이 다음 달로 이월될 때 법정 최고 금리에 육박하는 금리가 적용됩니다. 신용점수가 600~700점 수준이면 금리는 약 16~19% 수준이고, 800점이어도 14%에 가까운 금리가 책정됩니다.
 
또한 리볼빙은 복리 방식으로 이자가 불어나 빚이 눈덩이처럼 커질 위험이 높습니다. 리볼빙 신청 시 정해둔 결제 비율에 따라 통장에 충분한 돈이 있어도 설정된 비율만큼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이자가 붙어 다음 달로 이월됩니다. 이월된 금액과 다음 달 카드값을 합산한 금액에서 다시 10%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또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빚이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리볼빙 광고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리볼빙'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뿐만 아니라 '최소 결제', '일부 결제'와 같은 말에 현혹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카드 상담사들은 통장에 돈이 부족해도 연체 없이 결제 금액을 다음 달로 미룰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 리볼빙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리볼빙 서비스 설명 의무 강화 △수수료율 안내·공시 강화 △리볼빙 서비스의 건전한 이용 유도 등 방침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볼빙 서비스 설명 의무 강화 내용엔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 19세~29세 사회 초년생에게 가입 확인을 위한 해피콜을 실시하고 있지만, 텔레마케터를 통한 계약 체결에만 해당하고 인터넷을 통한 가입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볼빙은 카드 발급 시 필수 사항이 아니다"라며 "단기 이용은 괜찮지만 장기 이용 시 신용 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볼빙 관련 개선 방안은 자율 규제 방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리볼빙 이용 유도 활개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본업 수익성이 악화하자 리볼빙 광고 문자도 활개치고 있습니다. '목돈이 필요하다면', '카드 대금이 부담스럽다면'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문구로 광고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카드 대금이 부족한 소비자는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일부 카드사는 리볼빙 이용 시 혜택까지 부여합니다. 롯데카드는 '롯데멤버스', 'LOCA 365' 등 다수 카드에 대해 리볼빙 가입 후 일정 기간 유지 시 1만원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신한카드는 리볼빙 이벤트에 참여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리볼빙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볼빙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론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면서 "리볼빙 이용자의 금융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대출보다 높은 금리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기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고금리 구조나 장기 누적 이자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마치 여유 자금을 주는 것처럼 인식하는 문구로 현혹한다"면서 "규제당국은 리볼빙 상품 설명을 더욱 강화하고 제도적 견제가 동반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리볼빙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하기 쉬운 문구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카드사 리볼빙 광고 문자. (사진=소비자 문자 내용 캡처)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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