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연금저축 시장에서 보험상품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계좌 내 펀드 등 직접투자형 금융상품 선택이 확대되면서 가입자들의 운용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연금저축보험은 여전히 장기 안정성과 비과세 혜택을 갖춘 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수익률과 운용 유연성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선택지가 늘고 있는 모습입니다.
펀드에 밀려 쪼그라든 보험
2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 27곳의 연금저축보험 적립금은 71조66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증권사가 운영하는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지난해 3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증가했습니다. 연금저축 시장이 전년 대비 15.7%가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두 업권 모두 약진했지만 자산운용사 대비 보험사의 적립금 증가율은 소폭에 그쳤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보험사가 2.66%, 자산운용사가 4.35%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다만 2023년 기준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이 11.66%에 달하다가 지난해 수익률 하락 폭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는 변동이 크지 않은 대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개인이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할 수 있는 세제혜택형 금융상품으로, 한 계좌 내에 보험·펀드·예금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장기 납입과 원금 보장이 가능한 연금저축보험이 주요 구성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펀드나 ETF를 선택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가입자층을 중심으로 직접 운용이 가능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앱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이 확산되며 가입과 운용이 간편해졌고, 연금저축을 단순한 절세 수단이 아닌 '장기 투자 계좌'로 인식하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소비자 중 다수가 첫 자산을 펀드로 설정하며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설계사 권유 없이도 직접 비교·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상품 구성 기준이 수익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연금저축을 그냥 세액공제 수단으로 보기보다 장기 투자 계좌로 활용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유동성과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중심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금저축 시장에서 보험상품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계좌 내 펀드 등 직접투자형 금융상품 선택이 확대되면서 가입자들의 운용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업계 '안정성' 강조…상품 구조는 그대로
보험업계는 여전히 연금저축보험이 갖는 금리 보장성과 장기 안정성, 비과세 혜택 등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부 생명보험사는 정액형 상품의 금리를 조정하거나 자사 퇴직연금(IRP)에서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펀드 상품과 비교할 때 연금저축보험은 해지 유연성이나 운용 자율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초기 납입 구조에서 사업비가 차감되고 자산 변경이 어렵다는 점은 상품 선택 기준이 바뀐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연금저축 수익률 공시를 확대하고 상품 간 비교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정보 비대칭 해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 정비가 보험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구조 개선 논의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형 상품이 여전히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단기 수익률과 운용 유연성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연금저축보험도 그런 흐름에 맞춰 상품 구조를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여전히 연금저축보험이 갖는 금리 보장성과 장기 안정성, 비과세 혜택 등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영업점을 찾은 어르신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