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진술조작’ 논란…정영학 측 “증인신문 중 검찰서 조사받고 진술 바꿔”
정영학 회계사 측, '진술 중 사실 적합하지 않는 부분' 의견서 작성
법정 증인신문에서 '검찰 피의자신문 진술' 번복했던 이유들 설명
정영학 측 "검찰 진술 왜곡·조작" 의혹 제기…강압수사 탓에 거짓말
법조계 “검찰 무리한 수사 드러나…증인 '진술 오염'되는 수사 안돼"
2025-04-26 08:33:26 2025-04-26 08:33:26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 측이 "검찰이 진술을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조사에서 허위진술을 유도한 뒤, 정 회계사가 법정에서 진술을 부인하면 다시 검찰로 소환해 입맛대로 진술을 바꿨다는 겁니다. 검찰이 정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 기간 중 정 회계사를 불러 피의자신문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특혜'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뉴스토마토>는 정 회계사 측이 작성한 ‘기존 진술 중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확보했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지난 3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 4명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 이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동안 법정 증인신문에서 검찰 피의자신문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취지입니다. 
 
정 회계사 측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강압 수사로 인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강도 높은 수사와 일부 공동피고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압박감과 두려움 등으로 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기억하는 것처럼 진술했다”며 “기억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지 못한 채 수사기관의 질문 방향에 따라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검찰 조사가 계속돼 '진술 재번복' 상황이 반복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수사 시작 이후 무려 40회가 넘는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법정에서 증언하는 시점에도 이뤄졌다”며 “증인신문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고 했으나, 직후 연이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 번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진술 재번복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말했습니다. 
 
정영학 측 “민간업자, 처음부터 지분비율 이익배분 요구”
 
정 회계사 측이 언급한 진술 번복 중 대표적 사례는 ‘공공부문 확정이익 보장’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정 회계사 측은 공공부문 확정이익 보장이 민간업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기존 검찰 진술을 철회했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만배가 유동규와 협의해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공사에 임대주택부지 1필지를 확정이익(1822억원 상당)으로 제공하도록 정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임대주택부지를 공사에 제공하게 된 경위를 알지 못하고 탑 다운으로 내려온 방침일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이익 배분 방식은 대장동 사건의 배임 혐의 핵심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간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려고 공공부문 이익을 사전에 확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업시행사인 ‘성남의뜰’ 출자지분대로 이익을 나눴다면 대주주(50%+1주)인 성남도개공의 이익이 더 커졌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정 회계사 측은 검찰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진술을 내놨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서 “민간업자들은 2011년경부터 공모 직전인 2015년 2월경까지 확정이익이 아니라 지분 비율에 따른 이익 배분을 제안했다”며 사업제안서 등 12건의 문서를 언급했습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시스)
 
빌미 제공한 검찰…정영학 측 “검찰 기획 수사”
 
정 회계사 측은 진술 번복 배경으로 검찰을 지목했습니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서 “민간업자들이 지분비율에 따른 이익 배분을 제안한 자료가 있단 것을 기억하지 못했고, 검찰이 그런 자료의 존재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허위진술 유도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빌미를 제공한 건 검찰입니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본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기간에 정 회계사를 재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 측은 검찰이 기존 진술 유지를 종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견서와 의견서에 첨부된 피의자 신문조서 기록 등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2022년 10월21일과 11월11일 증인신문에서 “임대주택부지 1필지를 확정이익으로 하는 내용은 탑다운으로 내려온 방침”이라며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요청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기존 검찰 진술을 뒤집은 겁니다. 그러자 검찰은 사흘 뒤인 11월14일 정 회계사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유동규와 합의해 공사에 임대주택부지 1필지를 확정이익으로 주기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재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11월18일 증인신문에서 또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김만배가 공사에 먼저 임대주택 부지를 주자고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기존 법정 증언을 유지한 겁니다. 이번엔 11월23일과 24일 연달아 검찰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정 회계사는 다시 처음 검찰 진술로 돌아갔습니다.   
 
계속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이후 검찰조사가 정 회계사에게 사실과 다른 기존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종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이에 진술 번복 전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기재됐던 것과 거의 똑같은 진술이 (번복 후 피신조서에) 그대로 북사해 붙여넣기 한 것처럼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정 회계사 측은 택지 예상 분양가격과 관련해선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며 ‘기획 수사’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 “검찰 증언 오염…‘김학의 무죄’ 닮은 꼴”
 
법조계에선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소 이후 사건의 주도권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과 증거로 싸워야 한다”며 “공소 유지를 위한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증인의 진술이 오염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2022년 8월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검찰이 법정진술을 앞둔 증인과 사전면담한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인 진술 등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법정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정 회계사 측 주장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선 법조계 의견이 갈립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는 법정 증언을 제일 신뢰할 것”이라며 “검찰이 진술 번복 후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해 봤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회계사 측 주장이 인정될 경우 정 회계사 본인은 물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유리해집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와 민간업자들 사이 유일한 연결고리인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이 더욱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판사 입장에선 정 회계사가 거짓말쟁이로 보일 것”이라며 “검찰이 여죄를 봐주기로 했다는 등 불리한 내용까지 진술하지 않는 한 주장을 믿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