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올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선방을 이뤄낸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이 자축 아닌 긴장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 25%의 영향이 올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재고 활용, 미 현지 생산 확대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면서도 통상 협상 결과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2분기부터 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아웃’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미 정부가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영향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아반떼와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차종이 많은 까닭에 관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3일부터는 부품에도 자동차와 동일한 25%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자동차에 이어 부품 관세까지 더해지면 현대차그룹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단순한 일회성 충격이 아닌 탓에 장기적 공급망 재편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려움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체 판매량 중 수출 물량이 미 현지 생산물량보다 많다는 데에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총 101만대로 이는 미국 내 전체 판매량의 57%에 달합니다. 특히 고수익 차종이 주를 이뤄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도 불가피합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25% 부과가 진행되면, 결국 2분기에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훨씬 더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당장 차량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방침입니다. 호세 뮤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1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6월까지는 미국 내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효율적 공급과 비용 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지난 8일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가격 인상을)현재로서는 아직 검토를 안 했다”며 “아직 그런 것을 이야기 하기에는 좀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지 생산과 기존 수입된 차량을 통해 관세 여파를 막을 수 있을때까지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표진수기자)
현대차그룹은 관세 영향을 가격 인상 대신 현지 생산 확대로 극복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달 말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최대한 활용해 미 생산량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대폭 늘린다는 구상입니다.
KB증권은 HMGMA가 연간 50만대를 생산하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관세 부과 이전보다 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포스코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포괄적 협력을 꾀하는 것도 미 생산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앞선 24일 현대차그룹은 1분기 매출로 72조425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매출 66조8714억원)보다 8.31% 증가한 수치입니다. 글로벌 전기차‘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와 환율 변동,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공급망 관리와 유연한 생산 전략으로 방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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