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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9일 11: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은행 대출에서 채권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가 몰리는 덕분에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어 대출보다는 채권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은 대기업 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
기업 대출 증가세 급격히 둔화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원이다.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줄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폭이 좁아졌을 뿐 증가 추이를 보였으나 3월 들어 감소로 전환했다. 특히 3월 말 은행 대기업대출 잔액은 280조3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7000억원 축소됐다. 지난해 3월 4조1000억원이 증가한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중소기업도 같은 기간 1조4000억원 규모를 줄였다.
올 1분기 전체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액은 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기업 대출 증가폭 역시 같은 기간 12조6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대기업이 3월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상환하면서 운전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회사채 발행 규모를 보면 지난달 4000억원으로, 1분기에만 5조2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증가에 금리 인하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응이 작용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을 움직인 덕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예측 흥행 덕에 조달 금리를 아낄 수 있어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를 찍어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대거 채권을 발행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AA+ 3년 만기 일반 무보증사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2024년 10월25일 기준 3.36%에서 지난 2일 2.8%로 떨어졌다. AA등급 역시 같은 기간 3.39%에서 2.84%로 낮아졌다. 코픽스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3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2.84%, 잔액기준 3.3%를 기록했다.
주채무계열 36곳 중 상위 5개 주기업체에서도 1분기 중 채권을 발행했다. 상위 5대 계열 중 1위인
SK(003600)의 경우 지난달 3년, 5년 만기로 각각 2700억원과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는 공모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채무상환에 쓴다.
주채무계열이란 매년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가 일정금액 이상인 계열기업군이다. 채무 규모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갈리며, 우리은행 11곳, 산업은행 9곳, 신한은행 8곳, 하나은행 5곳, 국민은행 3곳 등 총 36개다.
4대 은행 대출 성장률 저하…국민은행 타격 커
대기업 대출은 주로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위주라 증가율 둔화세도 도드라진다. 지난해 1분기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나,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각 은행의 직전 분기 대비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국민은행 1%, 신한은행 10.6%, 우리은행 7.1%, 하나은행 7.4%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1분기 각 은행의 증감률은 국민은행 –0.5%, 신한은행 0.8%, 우리은행 2.3%, 하나은행 3% 등으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41조7534억원에서 41조5535억원으로 감소했다. 사모 채권 투자 규모도 같은 기간 132억원에서 125억원으로 줄었으며,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5%에서 11.3%로 하락했다.
국민은행이 주채무은행을 맡고 있는
신세계(004170)도 채권을 발행했다. 총 2900억원 규모로 전액 전자단기사채와 무보증사채 상환에 썼다. 국민은행이 주채무은행을 맡은 곳은 신세계,
KT(030200),
HDC(012630)다. 전년 대비 한 곳을 늘렸으나, 그럼에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주 기업체 이외에 계열사를 생각하면 1분기 중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 소속 기업체 현황을 보면
한화(000880)만 해도 지난해 4월 기준 계열사는 888개에 달한다. SK가 865개, 삼성이 624개 등이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기업의 전략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는데, 채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대출이 아닌 채권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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