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5대 그룹의 지난해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업 집단의 전체 매출이 경제 규모의 8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경제력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에 있을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의 대기업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92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00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명목 GDP(2549조1000억원)의 78.8%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상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1조6000억원 이상) 46곳의 매출은 1833조1000억원으로, GDP 대비 71.9% 수준이었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대기업 중 자산 기준으로 상위 50% 수준이고 매출은 91.3%를 차지했습니다. 대기업에서도 상위 업체들에 경제력이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매출은 해외 발생한 실적도 포함되기 때문에 GDP와는 범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 동안 산출 규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집중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공정위 기준으로 331조8000억원으로, 국내 GDP의 13.0%에 해당합니다. 그 뒤를 현대자동차그룹(279조8000억원·11.0%), SK(205조9천억원·8.1%)가 이었습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매출액은 1025조원으로 이는 지난해 국내 경제 생산의 약 40%에 해당합니다. 대기업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이를 ‘문제점’으로 볼지, ‘견인차’로 볼지 해석과 대응방식이 달랐습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주요 정책 축으로 삼고, 재벌 개혁에 주력했습니다.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갑을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료= 연합뉴스)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대기업 집단의 GDP 대비 매출 비중은 2018년 70.9%에서 2019년 68.7%, 2020년 65.3%로 점차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위기 대응력이 높은 대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2021년 73.5%, 2022년 85.2%까지 급등했습니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기업 규제 완화 등 친재벌 정책 기조를 내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대기업 매출 비중은 2023년 79.4%, 2024년 78.8%로 팬데믹 시기보다 낮아졌지만 문재인정부 초반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다음 달 대선 후 출범할 새 정부가 어떤 대기업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2022년 출마 당시 '분배'에 무게를 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과 실용’ 노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기업의 성장을 강조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통해 '반재벌 이미지'를 지우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통령실에 기업 민원 전담 수석을 둬 친재벌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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