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자당 후보' 아닌 '무소속'…당 존재이유 상실
이틀간 지속된 내홍…경선 주자도 일제히 비판
전문가 "중도층 흡수 못해…단일화 효과 없다"
2025-05-07 17:52:49 2025-05-08 06:47:26
[뉴스토마토 이진하·차철우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정면충돌로 치달은 보수 단일화 논의가 양측에 내상만 남기고 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는 7일 단일화 담판 직전까지 갈등을 빚었는데요. 특히 김 후보는 친윤(친윤석열)계 당 지도부가 단일화 협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재차 내비쳤습니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도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이 당의 대선 후보를 찍어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한 후보는 김 후보와 회동 직전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에 등록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나경원부터 한동훈까지…친윤 지도부 '비판'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틀째 충돌한 가운데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들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수뇌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먼저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단일화를 진행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후보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무리하게 단일화를 하는 것은 공당의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김 후보와 만난 후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우리 당 경선에서 선출된 공식 후보이기에 후보가 생각하는 단일화에 대한 타임 테이블 제시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 과정이 '용산과 당 지도부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고 했다"며 "나라를 망쳐놓고 이제 당도 망치려 하느냐"고 직격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 상황에서도 우리끼리 상투 붙잡고 수염 잡아 뜯으면서 드라이할 정신이 있나.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고 죄송하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날에도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결국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나"라며 당 지도부를 향해 연신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부터)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문수·한덕수 담판 전까지…갈등 '최고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갈등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촉발됐습니다. 지난 4일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당이 단일화 추진 기구를 논의 없이 일방 구성해 통보한 점 △선거대책본부 구성 문제 △당직자 임명에 협조하지 않는 점 등을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김 후보의 요구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5일 김 후보와 심야 회동을 한 뒤,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유상범 의원을 단일화추진본부장에 임명했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등의 인선도 함께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8~9일 전국위원회를, 10~11일 전당대회 소집을 기습적으로 발표해 양측의 갈등이 재차 촉발됐습니다. 
 
김 후보는 다음 날 입장문을 내 국민의힘 지도부를 맹폭했습니다. 김 후보 측은 "당이 '대선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며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직격했습니다. 결국 김 후보는 전날 오후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앞서 한 후보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 후보 설득을 위해 대구를 찾았으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빈손으로 복귀한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자택까지 찾아갔으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권 원내대표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김 후보 측도 즉각 반발했는데요. 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여론조사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이날 오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론조사를 강행했기 때문인데요. 김재원 김문수 캠프 비서실장은 "후보 압박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불발 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되받았습니다. 
 
이인제(왼쪽 두 번째) 전 의원 등 전직 국회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김 후보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데드라인 빨간불…전문가들 "단일화 효과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처럼 단일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오는 11일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각각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단일화 의미가 퇴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또 한 후보 입장에서는 후보 등록 후 단일화가 되어도 무소속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인력과 자원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 겸 경일대 특임교수도 "두 사람은 그동안 탄핵을 반대해 왔던 인물이기 때문에 단일화한다고 해도 외연 확장성은 없을 것"이라며 "'찬탄(탄핵 찬성)파가 최종 후보가 됐다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도 있겠지만, 전혀 성격이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빅텐트'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시간이 늦어져서 부정적인 게 많이 드러나면 중도층 확장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또 그동안 '당심(당원들 민심)'으로 김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도 "국민의힘의 단일화 과정을 보면 서로 당권 싸움만 하는 걸로 보여서 중도층 표심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11일 전에 단일화가 어렵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주의 원칙을 명백히 훼손해 무리하게 소집된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 개최를 즉각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법에 신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한 후보는 이날 오후 김 후보와 회동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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