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우여곡절 끝에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면서 5대 금융지주 간 실적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와의 격차를 벌리며 실적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지주 간 치열한 '꼴찌 탈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 순위 변동 촉각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강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 내외부에서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면 당기순이익 10%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실적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탈 꼴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1년 이후 우리금융은 농협금융과 실적 격차를 벌리면서 금융지주 실적 '빅4'에 들었지만, 분기와 반기 실적 측면에서는 두 금융지주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860억원을 거두며 2조4537억원을 기록한 농협금융을 따돌렸습니다. 순이익 5조782억원을 올린 KB금융과 신한금융(4조5175억원), 하나금융(3조7388억원)에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간 순이익 차이는 6323억원입니다.
다만 분기와 반기 실적에서 두 금융지주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 꼴찌였던 NH농협금융은 올 1분기 우리금융보다 더 많은 순이익 714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순위가 다시 바뀌었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1분기 우리은행 순이익(6331억원)이 우리금융(6156억원) 보다도 많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우리자산신탁(-138억원)의 순손실 영향이 컸습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분기 순이익 격차가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만큼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의 이익체력은 연간 3조원 수준에 2000억원 초반대의 지배 순이익이 추가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재 당사 당기순이익의 약 10% 수준 증액과 약 1%포인트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비은행 성과가 실적 변수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 부진은 대규모 명예퇴직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비은행 강화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순이익 합계는 4191억원인데요. 우리금융의 카드(1471억원)와 캐피탈(1414억원)을 합한 순이익보다 1306억원 많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생보사 실적이 그룹의 13% 수준을 차지합니다.
보험사 인수는 특히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다른 계열사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우리은행은 보험상품을 결합한 방카슈랑스 영업을 강화할 수 있고, 자산운용사는 보험사의 운용자산 일임을 통해 규모를 키울 수 있습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별도기준 자산을 합산하면 53조2427억원으로 5위인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금융이 보험사 최종 인수까지 조직통합 등을 순조롭게 거쳐야 실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란 관측입니다. 자회사 편입 이후엔 중복 업무 효율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새로운 경영진 선임, 화학적 결합 등의 과제가 주어집니다.
지난해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 수는 약 1639명입니다. 두 생보사를 합쳤을 때 자산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 1044명, 신한라이프 1533명보다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출범한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까지 인수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며 "당국이 조건부로 승인해준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우리금융의 기업문화 개선 계획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총 자산 50조원에 달하는 대형 생명보험사가 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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