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패권 경쟁에…‘귀한 몸’ 그린란드
2025-05-09 16:56:48 2025-05-09 16:56:4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의 그린란드 야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요구는 있어 왔지만 2기 행정부 들어서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데요.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늘 기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지만, 그린란드에는 유독 진지하고 노골적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린란드를 탐낼까요? 그린란드를 탐내는 게 과연 미국뿐일까요. 토마토Pick이 미국과 그린란드, 그리고 북극권 패권에 도전하는 신흥 강자들의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지난 3월 그린란드 누크 외곽의 얼어붙은 바닷길을 보트 한 척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 그린란드에 진심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파나마 운하, 캐나다와 함께 그린란드를 탐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군사적 옵션도 불사하겠다”고 수위 높은 발언도 일삼았죠. J D 밴스 부통령도 덴마크를 겨냥해 “그린란드와 북극 안보를 위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요. 최근에는 아예 미국이 그린란드를 사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주요 정보기관에 그린란드 내 독립 움직임과 희토류 등 자원 채굴 가능성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계획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는 인물도 식별하라고 했죠.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는 불쾌한 내색인데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WSJ 보도에 “우리는 다소 충격적인 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외무부로 미국 대사 직무대행을 불러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야욕이 본격화하면서 덴마크, 그린란드와의 관계도 경색되고 있습니다.
 
자원 탐내는 트럼프?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 전반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지켜온 가치관보다는 직접적인 이득을 따르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린란드도 예외는 아닌데요. 현재 그린란드에는 희토류와 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이 잠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중 반도체 분쟁에서 희토류는 중국이 미국보다 우세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린란드인 셈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과 희토류를 놓고 간을 보기도 했죠. 결국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맺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고요. 전쟁통인 나라에서까지 자원을 요구할 정도이니 그린란드에도 진심일 확률이 적지 않겠습니다.
 
중국도 북극 향해 북진 중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의 자원을 탐내는 것처럼 중국도 바깥으로 진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북극인데요. 그린란드와 마찬가지로 북극도 희토류를 포함해 어마어마한 광물 자원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 석유 매장량의 13%가 매장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죠. 근 몇 년 사이 북극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자원개발이 가능해졌고, 중국 역시 자원을 탐내는 것입니다.
중국이 북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원만이 아닙니다. 바로 항로죠. 중국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빙상 실크로드’라고 해 적극적인 북극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육상과 해상에 이은 세 번째 일대일로 정책입니다. 이 역시 빙하가 녹기 시작한 덕인데요. 중국으로서는 풍부한 자원과 유럽으로의 운송을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신규 항로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모두 북극에 있는 셈입니다. 수에즈 운하 일대의 정세가 불안한 걸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적이기까지 하고요. 미중 무역분쟁이 극에 치달으면서 유럽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중국의 입장상 북극항로 개척은 필수불가결합니다.
 
떠오르는 요충지 ‘그린란드’
미국의 그린란드 욕심의 배경에는 광물 자원이 있지만 오롯이 자원만이 목적인 것도 아닙니다. 북극으로 진출하는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도 기대하는 것이죠. 사실 그린란드는 냉전 시기부터 북극해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는데요. 미국은 이미 지난 1953년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기지(현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고, 그린란드에 기지를 세운 미국으로서는 북극에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셈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이 그린란드의 프로젝트에 입찰하려 하고, 러시아도 북극권에 각종 기지를 구축하는 등 북극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이 유달리 강하게 그린란드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야말로 신냉전이 북극을 두고 개막하는 형국인데요. 그렇다면 그 한복판의 그린란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휘말린 새우가 된 격인데요. 그린란드가 자주성과 주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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