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포스코그룹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철강 중심의 전통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2차전지소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으로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2차전지소재 계열사들이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증을 결정했으며,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9200억원가량을 투입해 ‘포스트 철강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자원 확보부터 정제, 소재화, 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계열사별로 수직화 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기술 자립 기반을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캐나다 얼티엄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3일 포스코그룹 내 2차전지소재 3사(포스코퓨처엠·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총 1조569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4000억원,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가 690억으로 각각 유증을 단행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총 9226억원을 출자하며 이번 유증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2차전지소재 사업을 그룹의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1년간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사업의 축소를 공식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단행된 이번 대규모 유증은 전기차 수요 회복 이후 도래할 시장의 본격 성장기를 앞두고, 밸류체인 통합 구축에 속도를 내 2차전지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포스코가 이처럼 2차전지 분야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수직계열화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홀딩스는 리튬·니켈·흑연 등 핵심 광물 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리튬 광석을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수산화리튬과 흑연을 활용해 각각 양극재·음극재를 제조하는 것은 포스코퓨처엠의 몫입니다.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에서 니켈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사업은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홀딩스(원료 확보)→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정제)→포스코퓨처엠(소재화)→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재활용)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통합 구축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그룹의 기존 주력 산업인 철강이 점차 수익성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입니다. 그룹의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2조2950억원 △2023년 2조83억원 △2024년 1조473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증이 포스코의 사업 재편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기존 주력 사업인 철강과 더불어 2차전지소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원료·정제·소재화·재활용까지 전 단계를 수직계열화한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며 “전기차 캐즘 해소 등 글로벌 경제가 살아난다면 이번 유증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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