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 수퍼컴 대만에 조성”…삼성 파운드리 악화일로
한국 반도체, 대만에 패권 경쟁 밀리나
엔비디아, 대만에 신사옥 설립…협력↑
TSMC와 연대도 강화…삼성 입지 축소
12조원 매출 격차…“삼성 더 힘든 싸움”
2025-05-20 17:13:26 2025-05-20 17:37:34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에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등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협력을 더 높이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엔비디아와 TSMC를 필두로 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의 결속이 강화될 수록,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대만 반도체 기업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젠슨 황 CEO는 ‘에이전틱 AI’(복잡한 문제를 정교한 추론을 통해 해결하는 AI) 시장을 공략할 기업용 AI 서버 신제품 ‘RTX 프로’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 무대에서 초소형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인 ‘DGX 스파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만에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는 황 CEO의 발표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대만에 밀려 AI 시대의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앞서 황 CEO는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전자 제조 업체 폭스콘과 대만 정부, TSMC와 함께 대만 최초의 대형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의 AI 인프라와 생태계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만을 국가 단위 AI 인프라 구축 모델의 핵심 파트너로 점찍은 것입니다. AI 칩부터 패키징, 서버, 통합까지 AI 슈퍼컴퓨터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모든 공급망을 대만에서 해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황 CEO는 이번 발표에서 엔비디아의 신사옥 설립지를 대만 베이터우(北投)에 짓겠다고도 공개했습니다. 황 CEO는 “여러분(대만)과 파트너십이 계속 확장되고 있고, 엔지니어 수도 꾸준히 증가 중이어서 기존 오피스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돼 새로운 엔비디아 타이완 사옥을 짓기로 했다”며 “그 이름은 바로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별자리)’이며 부지는 베이터우 지역으로 곧 착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사옥은 AI 칩 설계와 로보틱스, 양자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도 포함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약 1만5000평 규모)에 맞먹는 규모로 설립될 예정입니다. 
 
삼성, ‘엔비디아-TSMC 협력’ 낮춰야
 
현재 엔비디아 AI 서버 생태계에 참여하는 대만 기업 만해도 10곳에 육박합니다. 엔비디아는 향후 신사옥을 통해 TSMC와 폭스콘, 에이수스, 미디어텍, 콴타 등 대만의 주요 반도체, AI 업체들과 협력 관계는 더 밀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AI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일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을 제외하고는 AI의 주요 가치사슬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HBM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TSMC에 의해 점차 변방으로 빠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엔비디아를 TSMC로부터 빼앗아 와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은 “엔비디아와 TSMC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이미 구축돼 있었다”며 “이제는 엔비디아가 직접 대만에 들어와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만큼, 그들만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뉴시스)
 
엔비디아가 TSMC와 결속력을 키울수록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더 줄어들 위험이 큽니다. 이미 TSMC가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을 사실상 독식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액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중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서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조1000억원으로 TSMC의 1분기 매출인 약 37조원(8393억5000만 대만달러)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TSMC가 삼성전자의 매출을 본격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지난 2022년 2분기만 해도 두 회사의 매출은 28조원대로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TSMC가 3조원의 매출을 더 올렸고 4분기에는 8조원대로 차이가 더 벌어진 뒤, 올해 1분기에 약 12조원대의 간격을 보인 것입니다. 
 
TSMC와 매출 차이 더 커질 듯 
 
TSMC는 빠르게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을 선점했지만, 아직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공정 수율 저하 문제 등으로 AI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이같은 차이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매출 차이가 점차 커질 수 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연구·개발·설계·생산까지 대만에서 일원화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더욱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없이 메모리만 갖고는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날 황 CEO는 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황 CEO가 소개한 DGX 스파크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초소형 AI 슈퍼컴퓨터입니다. 데스크톱 크기에 무게는 1.2㎏에 불과하지만, 최대 1000 AI TOPS(초당 1000조번)의 연산 성능을 제공합니다. 또 그레이스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GPU가 통합됐고, D램은 128GB LPDDR5X, 낸드 메모리는 1~4TB를 장착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해당 제품이 올해 말부터 본격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황 CEO는 직접 제품을 들어 보이면서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AI 슈퍼컴퓨터를 갖고 모델을 훈련하고 추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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