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잡기식 대출 규제…불법사금융 풍선 커질라
2025-07-12 06:00:00 2025-07-12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6·27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수요자의 이동 경로를 따라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를 누르겠다며 전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두더지 잡기'식 대출 옥죄기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규제를 피한 고금리 대출로, 신용이 낮은 일부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규제 대상 아닌 대출도 옥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한도 6억 제한, 신용대출 한도 '연 소득 100%' 제한 등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대출 수요자들이 주택구입에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수단으로 대출을 사용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옥죄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대출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카드론과 대부업,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등 다른 대출 창구까지 옥죄면서 우려섞인 시각이 나옵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경우 감독기관 분류상 '기타대출'에 해당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각종 규제에서 제외돼왔습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론이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여신금융협회에 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신용대출을 연 소득 100%까지 빌린 대출 차주는 카드론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다만 돈을 빌린 다음 달에 바로 갚아야 하는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는 기존처럼 기타대출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카드론은 소상공인이나 중저신용자 등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찾는 서비스인데요. 제도권 대출 중 사실상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론까지 막히면 이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1·2금융권에서 대부업체로 이동하는 대출 수요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대부업체들에 매주 대출현황을 파악해 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대출규제 시행 초기이다 보니 대출수요가 이동하기엔 아직 짧은 기간인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대부업 자금조달 사정이 어려운 만큼 대출 여력이 쉽지 않다"며 "아직까지 유의미한 대출 증가세가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온투업에 대해서도 대출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실행한 뒤 원리금을 받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은행권에 비해 고금리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DSR 등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금감원은 온투업체 내부적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현 상황을 이용해 영업 이익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급전 필요한 실수요자들 어디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11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을 제정·시행했습니다. 당시 온투업을 도입한 것은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 중개를 활성화해 포용금융을 키우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기존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금융소비자에게는 중저금리 대출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연 7~20% 수준의 고수익 단기 투자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당국은 지난해 온투업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연계 투자를 허용하고,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도 확대한 바 있습니다. 다만 6·27 부동산대책 이후 전방위적인 대출 제한이 시행되면서 온투업 활성화 정책도 무색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의 틈새가 고신용자뿐 아니라,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까지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온투업에서 거절된 차주가 대부업으로, 대부업에서도 부결되면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을 봉쇄하기 위해 대출 공급을 막겠다고 이쪽저쪽을 눌러대다가는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며 "급전이 필요한 대출 수요자는 결국 제도권 범위에서 아예 빠져버리고 불법사금융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규제 대상이 아닌 금융권까지 대출을 옥죄면서 급전이 급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불법사금융 전단지 등 압수품.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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