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가사노동자 출국만기보험 미가입 '논란'
고용부, 퇴직금 적립 보험 가입 안 한 업체에 가입 독촉
가입 미룬 업체, 배경엔 고용부와 '본사업 전환 갈등'
1차 시범사업 기간 중 출국만기보험료 미포함 논란도
2025-05-22 14:24:00 2025-05-22 15: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업체들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국만기보험은 퇴직금 적립 제도의 일종으로 고용허가제(E-9)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사후 퇴직금 지급을 위해 의무로 가입해야 합니다. 사업주의 퇴직금 체불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망인데,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서조차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이달 초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으로부터 가입 독촉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13조1항은 외국인을 고용한 사용자에 외국인 노동자 출국·사업장 변경시 퇴직금 지급을 위해 출입국만기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출국만기보험료를 3회 이상 연체하면 최대 3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지난해 8월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업체들은 3월부터 출국만기보험 가입해야 했습니다. 비자 유효기간이 3년인 E-9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후 15일 이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지난해 8월 시범사업을 위해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비자 유효기간이 7개월에 불과해 가입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고용부 설명입니다. 정부가 지난 3월 6개월간 시범사업을 마치고, 시범사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업체에 출국만기보험 가입 의무가 생긴 겁니다. 
 
업체들이 출국만기보험 가입을 않고 있는 배경에는 본사업 전환을 두고 고용부와 업체 간 갈등이 있습니다. 업체들은 6개월 시범사업 이후 인력을 확대, 본사업 전환을 하겠다고 정부가 설득해 시범사업에 자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본사업 전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습니다. 급기야 김민석 고용부 장관 권한대행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사업 전환 여부가 불명확함을 인정했습니다. 사업 수익성과 가능성이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본사업 전환만 믿고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들만 낭패를 본 겁니다.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외국 인력 도입 확대와 본사업 전환이 담보되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한데, 1차 시범사업 기간(9월~2월)에 적립하지 못한 퇴직금을 노동자 퇴직 시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고용부는 1차 시범사업 시작 당시 업체가 출국만기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이용 가정이 내야 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이용료에도 비용을 산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업체에는 출국만기보험은 퇴직금이며, 1차 시범사업 기간 동안 면제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해당 비용이 포함된 건 시범사업 연장이 결정된 3월부터입니다. 당시 서비스 이용 요금이 1만3940원에서 1만6800원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이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고용한 지 1년이 되는 올해 8월이면 업체는 1년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1차 시범사업 기간 동안 적립하지 못한 퇴직금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E-9 노동자라면 규정상으로 무조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급하게 임시 사업을 하면서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관리사들의 경우 처음에는 시범운영 7개월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입 의무가 없었던 것이고, 취업 활동 기간이 연장되면서 가입 의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보험료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당장 낼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퇴직금 부분은 나중에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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