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산업공약 점검)②AI 100조 투자만 있고 로드맵 없다
이재명, 전 국민에 ‘한국형 챗GPT’ 보급
김문수, AI 전력 확보 위한 SMR 상용화
이준석, 구체 공약없고 전략부총리 신설
재원 마련 방안과 구체적 지원 계획 부족
2025-05-22 16:58:17 2025-05-22 17:06: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인공지능(AI) 강국.
21대 대선의 최대 화두입니다. 대선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AI를 경제분야 핵심 공약으로 꼽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AI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AI가 미래 산업 판도를 바꿀 가장 중요한 먹거리라는 공통된 인식에 기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각 후보가 제시한 AI 공약들을 두고 업계와 학계에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서, 재원 마련 계획이 명확하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세부 로드맵이 없기 때문입니다.
 
21대 대통령선거 핵심 후보들이 내세운 AI 관련 공약. (표=뉴스토마토)
 
AI 투자 100조원, 정부 재정으로?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대선후보들이 내세운 조 단위의 AI 투자 공약에는 세부적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전 세계 AI 기술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AI 산업 육성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며 공히 AI 산업에 10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것인지, 민간 재원을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민간 부담이 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피력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산업에 관심을 갖고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는 그 100조원이 어디서 나오냐는 것인데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거대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안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은 677조원.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이 29조6000억원입니다. 반면, 국가 예산 규모에 비춰 정부가 5년 동안 100조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을 보면, 먼저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과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해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이밖에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이 중 핵심 공약은 전 국민에 보급할 수 있는 AI인 ‘모두의 AI 프로젝트’입니다. 이 후보는 “정부 주도로 선진국 수준의 고성능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생산성을 높여 ‘워라밸’이 가능한 AI 시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각각 부산과 경남 진주시 등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GPU 도입부터 만만치 않아
 
김문수 후보는 AI 생태계 조성을 앞세웠습니다. AI 청년 인재 20만명을 양성하고, AI 유니콘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식입니다.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가 될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원전(SMR)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두드러집니다. 김 후보는 “원자력 발전 단가는 풍력의 8분의1, 태양광의 6분의1 수준”이라며 AI 전력 확보를 위한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 중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AI에 대한 공약을 따로 담지 않았지만,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합친 전략부총리를 신설해 AI 전략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또한 민간 중심 생태계 조성과 국가 주도 수학 교육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는 전략부총리 신설과 관련해 “AI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정책 조정 능력과 국제 감각을 갖춘 민간 전문가가 맡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세 후보의 AI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당장 미국 엔비디아사가 독점 공급하는 AI의 핵심 부품인 GPU 도입부터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 장당 가격은 4~5천만원인데 이 GPU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연구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데이터센터 구축도 쉽지 않습니다. 서버를 가동하고 거기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를 집행하기 전 GPU를 어떻게 구매할 것이라든지 데이터센터는 언제 건립할 것이라든지 등의 디테일한 전략이 없어 한계가 보인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 2025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데이터센터 내 CPU·GPU 칩의 열을 직접 냉각시키는 액체냉각 솔루션인 LG전자 CDU(Coolant Distribution Unit·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졸업생만 늘린다고 인재 양성?
 
아울러 궁극적인 차원에서 AI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김문수 후보는 AI 대학원을 늘려 청년 인재를 20만 명 양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성엽 교수는 “얼마 동안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안이 없는데다 지금 삼성과 LG, 네이버, 카카오 등 AI 개발하는 핵심기업과 연구기관 다 합쳐도 AI 인재가 20만명이 되지 않는 실정에서 20만명 양성은 비현실적”이라며 “석사, 박사급인지도 나와 있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후보들의 전체 AI 산업 이해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I 산업과 연결된 가치사슬 사업들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토론을 보면 후보들이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이 AI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육성시킨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며 “AI 칩용 메모리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가는 핵심 장비 등 AI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당면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우선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기술 발전은 과거 산업혁명 시기와 전혀 다르다. 마치 지수 함수처럼 팽창을 하고 있어 하루라도 개발이 늦어지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라며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는 데이터 제공이 필수적이라 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기간 성과와 함께 중장기적 로드맵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고 조언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