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되치기, 속수무책 국민의힘
대선은 관심없고, 당권에만 '올인'
2025-05-28 06:00:00 2025-05-28 06:00:00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과 의제가 실종된 선거판을 지배했던 단 하나의 단어. 단일화. 그 지긋지긋한 정치공학적 단일화 공방이 마침내 수명을 다했습니다. 사전투표는 내일부터 시작되지만, 어제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최종 선언을 하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김문수 후보 옆엔 40살 이준석이 아닌, 엉뚱하게도 72세의 이낙연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광훈당과 한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윤상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부활했습니다. 한동훈계는 발끈해 '선거운동 보이콧'을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이 엉망진창이 되는 중입니다.
 
확실히 '이준석의 말'에는 그 진정성과 상관없이 순식간에 '쏘는 듯한' 민첩성이 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사분오열 국민의힘 상황을 기습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전광훈 목사를 풀어달라고 눈물 흘리는 영상이 돌아다니는 것 이외에 김문수 후보가 보여준 국가 경영의 비전은 뭔가?” 그는 이어 "(김문수 후보가) 겨우 생각해낸 것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을 이낙연, 전광훈과 같은 이상한 재료들을 모아다 잡탕밥을 만들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지난 총선 때 이준석이 이낙연의 손을 잡자 지지층 사이에서 "개혁신당이 잡탕밥이냐"는 비판이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이번엔 그 '잡탕밥'을 국민의힘에게 돌려준 셈입니다. 얄미운 태세 전환이지만, 순발력 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준석의 완주 선언으로 각 후보 진영에서는 '득실 계산'이 분주합니다. 보수 후보 둘 다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적어도 이준석은 '단일화 공방' 국면에서 엄청나게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를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민의힘에서 날아드는 구애를 한껏 활용하며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과 비중, 이른바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렸습니다. '당권 거래 제안'을 폭로해, 국민의힘 친윤-한동훈계의 균열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칼 같이' 단일화를 끊어내고 '비상계엄 책임론'을 강조하며 명분까지 챙겼습니다. 단일화 거부 최종 선언과 동시에 지금껏 자제했던 김문수에 대한 '선제 공격'도 감행했습니다. 자신이 보수정치의 대안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죠.
 
반면 거대한 정당 국민의힘은 이준석 1인에게 쩔쩔매며 끌려다녔습니다. 단일화로 이준석을 몰아붙이려다 되치기를 당한 모양새입니다.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잠시 반짝 결집했던 보수층이 낙담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상승 추세를 보이는 듯했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도 다시 정체 또는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이런 엉망진창의 상황은 모두 국민의힘 주류, 즉 친윤들이 초래한 자업자득입니다. 친윤 주류들의 시선은 대선 결과에 있지 않고, 오로지 대선 이후 당권에만 닿아 있습니다. 윤상현의 선대위원장 복귀가 보여주듯, 내란의 강을 건널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꽤 많은 당원을 보유(?)한 전광훈 및 아스팔트 극우들과도 절연할 생각이 전혀 없고요. '새벽4시 후보 교체 당내 쿠데타'를 주도했던 원내대표 권성동도 '알량한' 기득권을 부여잡고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선거운동은 김문수 후보와 부인 2명만 하는 형국입니다.
 
당권만 쳐다보고 있는 이는 친윤 주류 뿐 아니라 한동훈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유세에 나섰지만, 하는 말은 온통 자기 정치와 친윤 견제 일색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중도보수가 김문수 후보에게 흔쾌히 마음을 몰아줄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됩니다. 이런 식이라면, 6월3일 '뚜껑'을 열었을 때, 친윤계와 김문수 후보 모두 '악소리'를 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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