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농협생명, 국공채 늘리고 듀레이션 길게…K-ICS '안정 모드'
국공채·금융채 늘리고 수익증권 줄여 '안전자산' 비중 상승
부채보다 자산 듀레이션 길어…금리 하락 시 자본 확대
2025-06-02 06:00:00 2025-06-0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7: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농협생명이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로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다른 보험사와 달리 자산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부채보다 길다는 점은 금리 인하 환경에서 우호적으로 작용, 향후 K-ICS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채권 늘리고 수익증권 줄여 '안전자산' 확대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올 1분기 국공채 규모가 16조1554억원으로 지난해 말 15조2606억원 대비 5.9%(8948억원) 늘었다. 전체 운용자산(52조719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6%로 1.4%p 상승했다.
 
국공채 외에 특수채(11조7721억원), 금융채(2조1091억원), 회사채(4조3302억원) 등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체 채권 규모는 총 34조3670억원으로 4.2%(1조3769억원) 늘었다. 그 결과 채권 비중은 65.2%로 2.0%p 올랐다.
 
 
농협생명이 채권 비중을 계속 높게 가져갈 수 있는 배경에는 부담이율이 있다. 이는 보험계약부채에 적용하는 이자율 개념인데, 농협생명은 평균 부담이율이 3%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금리연동형 비중도 67%로 높아 부담이율 이상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수익률보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 중심으로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국공채와 달리 수익증권은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말 6조1853억원에서 올 1분기 5조3925억원으로 12.8%(7928억원) 줄었다. 운용자산 내 비중도 10.2%로 1.6%p 하락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늘렸던 금액과 유사한 수준을 올해는 1분기 만에 빠르게 정리한 셈이다.
 
국공채와 특수채를 늘리는 대신 수익증권을 줄이면서 안전자산 비중은 53.5%로 1.5%p 상승했다. 농협생명의 안전자산 비율은 경쟁사보다 크게 높은 수준인데, 경쟁 그룹 수치는 지난해 말 기준 38.8% 정도다.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위험이 완화되는 효과도 얻었다. FVPL은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 손익이 당기순이익에 직접 반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금리 환경에 따라 투자손익에 영향을 미쳐 손익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익증권은 대부분 FVPL로 잡힌다. 1분기 농협생명의 FVPL 규모는 5조8261억원이며, 비중은 11.1%로 지난해 말 대비 1.6%p 내려갔다.
 
부채보다 긴 자산 듀레이션…금리 인하가 '긍정적'
 
농협생명이 운용자산에서 채권 비중을 높이는 이유는 K-IC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보험업계 K-ICS 현황은 금리 인하와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이라는 규제 영향으로 하방 압력이 매우 큰 상황이다. ALM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재 농협생명의 K-ICS 비율은 올 1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잠정 기준이 441.0%로 매우 높게 나온다. 경과조치 적용 전 비율도 257.1% 수준으로 우수하다.
 
(사진=농협생명)
 
자산 포트폴리오 안정성뿐만 아니라 듀레이션 설정도 현재 금리 환경에서 우호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어 금리 변동 과정에서 부채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의 가치가 자산 가치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자본비율인 K-ICS 비율이 떨어진다.
 
반면 농협생명은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긴 상태다. 듀레이션 갭(Gap)이 1분기 기준 0.64로 양수다. 이는 농협생명의 보험영업 구조적 특징 때문인데, 저축성보험 비중(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42.6%)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저축성보험은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대비 만기가 짧다. 따라서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된다.
 
각종 변수에도 K-ICS 전망과 안정성이 긍정적인 이유다. 경쟁 보험사와는 달리 금리 인하가 자본 확대와 K-ICS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생명보험사 22개사 가운데 금리가 하락할 때 K-ICS 비율이 상승하는 곳은 농협생명을 포함해 여섯 곳뿐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농협생명의 자본과 K-ICS 영향력(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을 살펴보면, 금리 1%p 하락 가정 시 금융자산 손익이 226억원 증가하고 자본(기타포괄손익 항목)은 2조4485억원 늘어난다.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기준 34.1%p 오를 것으로 나오며,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은 4.2%p 상승이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농협생명은 현재의 듀레이션 구조가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특성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반대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리 영향은 지금과 같은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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