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368명에 묻다)③"차기정부 과제 1순위는 경제성장·일자리…2순위는 국민통합"
서울 25개 자치구 전통시장 45곳 방문…368명 '설문조사 및 인터뷰'
10명 중 6명 '경제' 강조…"지역화폐 지원으로 시장 활성화됐으면"
2025-06-02 06:00:00 2025-06-02 13:57:51
[뉴스토마토 신태현·강예슬·유근윤·차종관 기자] 전통시장 상인 10명 중 6명은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꼽았습니다. 고물가와 장기화된 경기침체 탓에 서민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매출이 급락한 지 오래라는 겁니다. 취재팀과 만난 한 상인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50% 넘게 떨어졌다. 차기 정부에선 무조건 경제성장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면서 "시장이 북적이는 날이 다시 오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5월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전통시장 45곳을 방문, 상인 3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대면 인터뷰를 병행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12·3 계엄을 겪고, 조기 대선을 앞두고 만난 상인들은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정치 상황 탓에 그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며 시름을 쏟았습니다. 
 
5월28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상인들에게 '차기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220명(59.8%)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꼽았습니다. 민생 현장의 체감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2위는 '정치 양극화 해소와 국민 통합'(72명, 19.6%)였고, 3위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해소'(20명, 5.4%)였습니다. 이어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 확대 18명(4.9%) △개헌과 사법제도 개혁 17명(4.6%)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전략 마련 5명(1.4%) △국제적인 통상 위기 대응 4명(1.1%) 순이었습니다. '기타'는 12명(3.3%)이었는데,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전통시장 지원 활성화', '내란 극복'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상인들은 '닫힌 지갑' 문제를 가장 많이 토로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고물가 △실질임금 정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민생경제가 파탄 난 데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12·3 계엄과 윤석열씨 파면에 따른 정국의 어수선함 △소비심리 위축 등의 여파가 겹치면서 '연말-신년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이는 시장 전체와 개별 상인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결과까지 이어졌습니다.

한국은행도 5월29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조정, 대폭 하향했습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나 낮춘 겁니다. 
 
코로나19 때 점포를 유지하려고 받은 대출의 이자도 상환하지 못해 하루하루 쩔쩔맨다는 상인들이 태반입니다.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모씨(60)는 "계엄 이후 경기가 정말 안 좋다. 연말 특수가 거의 없었다" "정국이 불안하니까 사람들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인근의 소상공인들이 많이 폐점했다"라고 했습니다. 
  
동작구 상도전통시장을 20년째 지키고 있다는 고모씨(56)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영업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고씨는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들이 왜 많은 줄 아느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기업이나 편한 일자리를 좋아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없거나 점점 줄어드니까 다들 자영업 쪽으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만든 자영업자 지원사업은 거의 보여주기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고씨는 "중간중간 새는 행정사업비 등을 아끼고,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사업들을 하나로 묶어서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지역화폐 사업이나 온누리 상품권 활성화에 특히 신경 써달라. 가령 온누리 상품권 10% 할인을 '20% 할인'으로 해주면 전통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5월28일 오후 용산구 효창공원앞역 인근에 위치한 용문시장에 방문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대에는 저녁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나친 정치 양극화를 문제로 삼는 상인들도 많았습니다. 정치권이 '국민 통합'은 뒷전이고 서로 정쟁만 하느라 민생경제가 어려운 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에서 25년 동안 해산물을 팔고 있다는 오모씨는 "자꾸 (대선 후보들이) 갈등을 부추긴다. 선거철이니까 공격이 아예 없을 수가 없겠지만 적어도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이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을 자꾸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에서 30년간 식료품점을 하는 최모씨(60)는 "지금 나라가 이상하다. 시스템이 안 돌아가고. 서로 '저놈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나가니까 걱정이 태산이다"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국민 통합부터 제일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민생경제의 바로미터'인 전통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5월27일부터 29일까지 3일에 걸쳐 서울 25개 자치구의 시장 45곳을 찾아 '21대 대선 국민인식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의 문항은 총 13개입니다. 주요 문항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경제 상황 △12·3 계엄이 경기에 미친 영향 △최근 1년간 매출 변화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 △정치 성향 △지지 정당 △윤석열씨 파면에 대한 의견 등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설문조사 이후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정재연 인턴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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