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저축은행 중금리 상품인 '사잇돌2' 대출 금리가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하면서 명목상 중금리일 뿐 실질적으로는 고금리 상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와 달리 차주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잇돌2, 현실과 괴리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 사잇돌2 평균 대출금리는 개인신용평점에 따라 15.46~18.35%로 나타났습니다. 진주저축은행 금리도 15.97~18.21%로 법정최고금리인 20%에 가까웠습니다. SBI저축은행은 10.58~16.82%, 융창저축은행은 11.94~16.92%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잇돌2는 대출이 나오지 않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저축은행과
서울보증보험(031210)이 연계해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입니다. 2016년 출시 당시에는 법정최고금리가 27.9%, 저축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26.2%에 달하던 시기였고 사잇돌2는 15~17% 수준의 금리로 출시돼 저금리와 고금리 사이를 메우는 서민금융 상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출시 4일 만에 344건이 체결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법정최고금리가 20%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최대 18%에 이르는 사잇돌2 대출은 사실상 고금리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금리 대출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사잇돌2 금리는 여전히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저축은행 전체 신용대출의 가중평균 금리가 10.72%인 점을 고려하면 15%대 금리를 적용받는 사잇돌2는 뚜렷한 장점이 없는 셈입니다.
또한 중금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금융위가 2021년 중금리를 '10% 전후의 수준'으로 언급한 바 있어, 15% 이상은 고금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잇돌2와 같이 15% 이상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은 중금리 대출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러한 금리 수준은 중·저신용자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중저신용자에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금리가 높게 책정될 수 있다"면서 "특히 대출이 안 나오는 저신용자 차주에게 지원하는 형태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아 금리를 높게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금리 인하기로 가고 있어 예금금리 등 조달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이라며 "신용점수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차주 직업이나 환경에 따라 대출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잇돌2, 금리 상한 없어
사잇돌2와 유사한 취지로 마련된 상품이 '민간중금리대출'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를 묶어 '중금리 대출'이라 부르는데요. 민간중금리대출은 2016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신용 하위 50% 차주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고금리와 저금리 사이의 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보증기관의 보증 없이 이뤄지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이며, 업권별로 설정된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 금리 이하를 유지해야만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민간중금리대출과 사잇돌2는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금리 상한' 유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사가 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리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권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6월 기준으로 17.14%로, 저축은행들은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구간을 산정할 때 최고 17.14%를 넘기면 안 됩니다.
반면 사잇돌2는 금리 상한이 없어 저축은행들이 금리 구간을 폭넓게 설정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고금리로 인상할 여지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SBI저축은행, KB저축은행, DB저축은행 등은 사잇돌2 금리 구간 최고치를 19.90~20.00%로 책정하고 있으며, 다른 저축은행들도 18% 안팎의 상한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두 상품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사잇돌2는 인기도 면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에게도 13~15% 금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잇돌2는 같은 신용 점수라도 15~17%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잇돌2 수요가 줄고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도 과거에 비해 줄어 정책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중금리대출은 반기별로 최고 금리를 고시해 금리 인상기에 가산금리가 과도하게 붙는 걸 방지하고 있지만 사잇돌2는 따로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중금리라는 게 법적으로 명시돼 있거나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잇돌2는 금리 상한이 없어 저축은행들이 금리 구간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한 저축은행 모습.(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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