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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1일 09: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이 강화되는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확산되면서 관련 금융사고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점차 고삐를 죄는 규제 흐름에 맞춰 금융권의 대응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IB토마토>는 AML 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권의 대응 현황과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각자의 방식으로 AML 전략 강화에 나선다. 업권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데다 최근 건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인공지능(AI)을 관련 업무에 적용하고, 조직 확대와 임원 선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
AML 제재 급증…은행 비중 높아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금융업권이 받은 AML 관련 제재조치는 총 16건이다. 이 중 절반가량인 7건이 지난 1년간 발생했다. 디지털 금융이 고도화되면서 규제도 엄격해진 탓이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건의 제재를 요구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6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부터 은행권에만 총 7건의 제재조치를 요구했다. 같은 기간 증권업권이 2건, 저축은행이 2건, 캐피탈사와 보험사가 각각 1건으로, 비교적 건수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6월까지 공개된 은행권의 제재 내용은 4건인데, 국민은행의 경우 주의에 그쳤으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은 각각 제재를 받았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기관, 임원, 직원에 대해 각각 기관주의, 견책, 주의에 해당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국의 자금세탁방지 기구와 협조해 정보교류를 통해 제재를 가하는 데다, 해외 법인과 지사도 현지 AML 제재를 받기도 했다. 지2023년 신한은행이 국내에서 받은 제재의 경우에도 해외자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관리와 감독과 관련이 있다.
신한은행 미국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은 2017년 동의 명령을 체결했다. 2015년 이후 자금세탁방지 법규를 반복해 위반한 탓이다. 동의 명령이란 법을 위반한 기업과 행정부가 시정 방안 마련 등에 대해 합의하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로, 미국에서 주로 쓰인다. 금융사가 동의 명령을 부과 받는 경우 주로 AML 미비다.
그러나 아메리카신한은행은 동의 명령 체결 6년 뒤 AML 규정 위반과 동의명령 미이행으로 2023년 2500만달러(약 34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당해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적자가 발생했으며, 규모는 266억9600만원에 달했다. 전년 말 72억100만원의 순익을 낸 데 반해 적자 전환해 자연스럽게 모회사인 신한은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에서야 8년 만에 동의 명령이 해제돼 영업이 정상화됐다. 이 외에도 지난 2017년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1100만달러, 2020년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86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강화된 규제에 은행권 '속속' 대응
미국을 중심으로 AML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대응은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은 조직 개편과 격상에 초점을 맞췄다. 명칭은 다르나 부서를 본부급으로 끌어올렸다. 국민은행은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본부로, 우리은행도 자금세탁방지센터를 본부급으로 높였다. 신한은행도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본부로 바꾼 뒤 경영진을 신규 선임했다.
은행권이 임원을 새로 선임하고 자금세탁방지 관리 부서를 격상시키는 등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는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전문성 강화 필요성과 업무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국외 영업점 AML위험평가 관리체계 고도화와 시스템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부터 AML 대응 준비를 해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한 2017년, 금융회사 내부 통제 기준에 AML 의무를 명확히 반영하게 하는 내용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다.
AI와 빅데이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0년 AML에 AI를 적용하는 자금세탁방지 고도화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23년에는 하나금융이 자금세탁방지 머신러닝 모형을 자체 개발했다. 같은 해 케이뱅크도 AI를 자금세탁위험평가에 적용했다. 머신러닝 기술이 고객의 금융거래를 분석해 자금세탁 관련 위험도를 평가하고, 전문 부서는 AI평가결과를 기반으로 위험도 수준에 따라 고객 거래를 심층 분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적용되는 기준이 같기 때문에 대응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라면서도 "구성원을 추가적으로 채용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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