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픽' 오광수 민정수석 사퇴
이재명정부 첫 낙마…"절치부심 없으면 위기"
2025-06-15 17:17:18 2025-06-15 17:31:18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부동산 차명 관리와 차명 대출 의혹에 휩싸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물러나면서 대통령실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정권 초지만, 인사 검증 최종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실의 실책으로 꼽히는데요.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범여권 내 일부 반발까지 감수하며 오 전 수석을 임명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다만 이재명정부가 이번에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인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텼던 윤석열정부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국정운영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민심에 귀를 열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부실 검증 원인 지적도
 
15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오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권 초인 데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대통령실 내 수석급 인선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오 전 수석 지명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깜짝 인사'로 통할 정도로 사전 정보가 없었습니다. 초대 민정수석에 오 전 수석이 거론되자 그가 평검사 시절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 '검찰 특수통' 출신이란 점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에 여당 지도부를 관저로 불러 식사한 자리에서 직접 오 전 수석의 기용 필요성을 설득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이 대통령이 공을 들인 인사였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오 전 수석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하던 관계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연수원 동기인 오 전 수석 임명을 강행한 데에는 검찰개혁을 위해 '잘 드는 칼'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검찰개혁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라는 평가도 오 전 수석 임명 당시 대통령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직접 오 전 수석을 발탁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오 전 수석에 대한 인사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민정수석 임명 후에 오 전 수석은 잇단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검사 시절 배우자 소유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해 재산 신고에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에서 15억원의 차명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으로 '결격 사유'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오 전 수석이 도덕성 검증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이재명정부 들어 고위공직자 가운데 처음으로 낙마한 사례가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사전에 오 전 수석의 의혹을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 전 수석이 물러난 이후 검증의 칼날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임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임 정부와 달리 신속 '수습'…성공 가늠자는 '인사'
 
이재명정부 출범 초부터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새 정부의 인사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부분을 반면교사 삼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절치부심의 각오로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정운영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속히 바로잡으려는 태도인데요. 특히 오 전 수석에 관한 잇단 의혹과 논란은 이 대통령이 민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늠해 볼 첫 시험대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오 전 수석의 사의를 재빨리 수용한 것은 인사 논란 때마다 아집으로 버티고 버텼던 전임 윤석열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란 평가입니다.
 
전문가들도 지난 정부와 달리 논란이 된 인사를 대통령의 뜻이라며 고집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수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속도가 조금 빨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이전 정부와 다르게 끝까지 고집하는 불통 인사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재명정부 성공의 가늠자는 인사가 될 전망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 전 수석의 후임 인선 논의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확인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신중하게 새로운 민정수석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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