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대통령실, '몽니'에 '철퇴'
"필기구 조차없었다"…정진석 주도 자료 파기·알박기
"취업 위한 유예 기간 관례" 대 "인수인계도 안했다"
2025-06-17 17:51:10 2025-06-17 17:51:10
[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에서 집권과 동시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습니다. 윤석열정부 시절 임명된 별정직 공무원인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사직도 하지 않는 '몽니'를 부린 영향인데요. 결국 이재명정부는 윤석열정부 출신 어공들을 두 차례에 걸쳐 면직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특히 이른바 '김건희 라인'과 윤석열씨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인물들까지 면직된 것으로 확인, '내란 청산'도 함께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G7 준비에도 여파…대통령실 인적 구성 '지연'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에서 인사 검증을 할 인력과 시간이 현실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업무 자체가 어려운 대통령실 내부 상황을 전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부) 어공 중에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업무를 안 하는 상황에서 월급은 다 받아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권이 바뀔 경우 관례상 인수인계를 위한 인원 1~2명만을 남긴 채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80여명의 어공들이 버티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공무원 추가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조금 더 투명하게 정리해야 될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령에 따른 대통령실 인적 구성에서 수석비서관 이상이 12명인데요. 이재명정부 들어 면직된 윤석열정부 수석비서관급 인사는 7명에 달합니다.  
 
윤석열정부의 알박기는 이 대통령의 다자외교 첫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준비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G7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인력 부족이 상당한 여파가 있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현재 수석실 인력이 2명밖에 되지 않아 순방에도 동행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통령령에 따른 대통령실 정원은 총 443명인데요. 어공 80여명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별정직 공무원을 새로 채용할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이른바 어공들의 몽니로 인해 이재명정부 비서관·행정관 임명 자체도 지연된 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덤 같은 용산"…'내란 가담자'도 청산
 
이재명정부의 인력 부족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실로 출근했을 당시부터 예견됐습니다. 지난 4일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첫 인선 발표에서 "용산을 처음 왔는데 꼭 무덤 같다"며 "아무것도 없다. 필기구를 제공하는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기존 대통령실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한데 마치 전쟁 지역처럼 아무것도 없어서 새롭게 할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무덤'이라는 대통령실 내부 상황은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윤석열정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모든 컴퓨터를 교체하고, 문서도 순차적으로 파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새 정부에 인수인계하지 않을 테니 물리적 방법을 원해 PC 등을 파쇄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 파견 공무원들이 모두 부처로 복귀해 버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인수인계는 물론, 자료를 프린트할 인쇄기까지 없어 업무 차질이 불가피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실이 윤석열정부가 단행한 알박기 '어공' 인사들을 인위적으로 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데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정부 내각 인사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며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이른바 내란 청산은 실무진 청산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어공 면직에는 이른바 '내란 가담자'들도 포함됐습니다. 면직된 주관성·정호윤 전 시민사회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 한남동 관저를 지킨 인물들입니다.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도 면직됐습니다.
 
다만 야당에서는 역대 정부들에서도 반복된 관례라는 반박을 내놓고 있습니다. 늘공(직업공무원)과 달리 어공은 대통령실을 그만두면 실직하게되기 때문에, 한달 정도 유예기간을 둬 재취직을 하도록 배려하는 게 전통이라는 겁니다.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바 있는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 사직하지 않은 문재인정부 어공의 수가 150~180명"이라며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 어공에게 50일 정도 신분을 유지시켜줬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재명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윤석열정부 출신들이) 이전 정부랑 자꾸 비교하는데 이 부분은 맞지 않는다"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예기간을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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