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노사가 대립했습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맞섰고, 경영계는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기 힘든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회의의 쟁점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여부였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종별 구분 적용이 적용된 것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 해인 1988년이 유일합니다. 1989년부터는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노동계 "저임금 고착화 낙인찍기 …해외는 '상향식 적용'"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38년간 유지해온 단일적용 원칙이 왜 기본원칙으로 지켜져왔는지 돌이켜 숙고해보라"며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 쏠림현상으로 인한 인력난 가중,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 부작용이 매우 우려되는 일로 우리 사회 저변에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및 보호를 위해 헌법이 정한 국가가 개입하는 법정 기준임금"이라며 "해외 사례에서 논의되는 차등 적용은 특정 산업의 활성화와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상향식 기준 별도 마련'이 대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해외 업종별 차등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모두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상향식 적용"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더 높은 지급능력을 가진 업종에서 상향 적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ILO 의장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려던 정책을 철회했다. 매우 저렴한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이 국가의 품격과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는 이유였다"며 "지역별, 업종별, 세대별로 나누어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영계 "현행 최저임금 현장 수용성 떨어져…일부 업종만이라도"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최저임금 수준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2000원을 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여기에 5대 사회보험 퇴직급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실제 인건비는 일반적으로 법정 최저임금의 140%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결과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미만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에 대한 현장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현행보다 14.7% 인상한 1만1500원을 발표했습니다. 류 전무는 이에 관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경영현실을 외면한 매우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취약계층 생활 수준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저임금 근로자나 낮은 이윤을 창출한 사용자가 동일한 처지에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정부에 취약 사업주의 최저 이윤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임금 지불 능력에 상응하는 최저임금 설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노동계가 우려하는 낙인효과의 관해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은 업종별 특성을 인정하고 유효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지만 낙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차등 적용은 '차별'이라는 지적에는 "헌법 제11조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상대적 평등 원칙을 얘기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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