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X보다 높은 마케팅비…통신경쟁력 갉아먹는다
SKT 1분기 마케팅 비용, 설비투자의 6.5배…KT·LGU+도 마케팅비가 우위
농어촌 수신율, 수도권 대비 여전히 낮아…"설비투자, 현상 유지 수준" 지적
이동통신 시장, 마케팅 중심 단기 실적에 집중
국내 이동통신 속도 7위 턱걸이…인프라 투자 유도할 정책 필요
2025-06-20 16:58:27 2025-06-20 17:14:4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설비투자(CAPEX)보다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는 관행이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이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각 사가 점유율 유지를 위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결과입니다. 5G 할당 조건을 다 채운 지난해부터 설비투자 비용이 눈에 띄게 줄면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20일 국내 이동통신3사의 마케팅비용과 설비투자 비용 추이를 살펴본 결과 마케팅 비용이 대체로 설비투자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SK텔레콤(017670) 마케팅 비용은 6920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높았는데요. 설비투자에 투입된 비용 대비로는 6.5배 많았습니다.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도 5000억~6000억원가량을 마케팅에 투입했습니다. 역시 설비투자에 투입된 비용 대비 60~77%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설비투자보다 마케팅에 비용을 더 쏟는 것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3사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지속돼온 현상입니다. 특히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제정 이전, SK텔레콤은 마케팅에 연간 3조원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설비투자에 들어간 비용 대비 2조원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만년 꼴찌로 불리었던 LG유플러스도 단통법 제정 이전 설비투자만큼 마케팅에 비용을 실었고, LTE 시대에는 꼴찌 탈출을 목표로 마케팅 비용을 2조원대로 늘렸습니다.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1조원 가까이 더 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은 것입니다. 
 
 
5G 상용화 이후로는 설비투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4월 5G 기지국 할당 조건을 마무리한 이후 다시 마케팅 비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전국망이 갖춰졌더라도 서울과 수도권 대비 농어촌, 산간지역은 수신율이 떨어지지만, 주파수 할당 기준을 충족하면 설비투자는 현상 유지에 그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통신의 질적 서비스가 아닌 마케팅 중심으로 경쟁이 지속되는 것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미흡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매해 발표하는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5G 시장에서 SK텔레콤 독주가 지속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5G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은 47.3%, KT 29%, LG유플러스 22.5%, 알뜰폰 1.08%입니다. 전체 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이 10% 중반으로 올라섰지만, 향후 성장세가 이어질 5G에서는 이통3사의 독주가 지속 중입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화된 시장에서 과점 사업자들이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유치를 주된 경쟁 수단으로 삼으면서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요금 인하 압력과 각종 규제로 인해 이통사들의 수익성이 제한되면서 장기적인 네트워크 투자보다는 단기 실적을 위한 가입자 유치 마케팅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마케팅 위주로 전개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던 통신 품질 관련 지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속도측정업체 우클라의 4월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에서  국내 이동통신 속도는 7위를 기록했습니다. 5G와 LTE 등 전체 통신속도 평균에 대해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측정한 속도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자료화한 결과입니다. 1위는 카타르(521.52Mbps), 2위 아랍에미리트(512.86Mbps), 3위 쿠웨이트(331.36Mbps), 4위 바레인(253Mbps), 5위 불가리아(234.14Mbps), 6위 브라질(215.03Mbps)이 각각 차지했습니다. 7위를 차지한 한국의 이동통신 다운로드 속도는 214.07Mbps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대비 속도는 빨라졌지만, 순위는 한단계 낮아졌습니다. 1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우클라의 4월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 모바일 속도. (자료=우클라) 
 
전문가들은 6G 시대를 앞두고 지금과 같은 단기 실적 중심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 통신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없이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김 교수는 "이통사들부터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줄이고 네트워크 품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한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단순히 요금 인하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통신사들이 인프라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방효창 두원공대 교수도 "고객들의 망 품질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설비투자를 지속하면서 경계심을 갖고 보안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 늘려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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