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현행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경영 악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케이블TV의 지역채널 운영 등 공적 책무 등을 고려해 감경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SO 업계가 고시를 개정해 1.3%로 징수율을 낮추는 방안을 우선 제시한 가운데, 미디어 환경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플랫폼 등으로 다변화된 데 따라, 방발기금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22일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시대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SO 방발기금 징수율 조정은 특혜가 아닌 형평성 회복이며, 투자 확대와 장기 기금 기반 보전의 선순환을 만드는 전략적 투자"라며 "방발기금 징수율 변화를 위한 고시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2017년도에는 전체 SO의 영업이익 대비 방발기금 비중이 8.4%였던데 반해, 2024년에는 영업이익 대비 비중이 168%에 달했다"며 "2029년까지 기금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 이상 산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조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진통 끝에 방미통위가 정상화가 된 지금이 10년째 정체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부연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2024년 기준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의 방발기금 실질징수율이 0~0.01% 수준에 그쳤고, 지역 지상파와 지역민영방송 역시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기금 부담률은 0%대에 머물렀다"며 "사업자 간 균형을 맞춰 흑자인 SO 사업자에게는 1%, 적자인 SO 사업자들에게는 0.67%까지 감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현행 방발기금은 지상파·종편·보도PP의 경우 광고매출, 유료방송은 방송서비스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홈쇼핑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별도 체계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현재 SO에 적용되는 방발기금 징수율은 1.5%입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 제5항은 공공성·수익성·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징수율을 차등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시행령 제13조에서는 지상파와 종편·보도PP만 감경 대상으로 규정돼 SO는 사실상 제외됐다는 설명입니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실장은 "2017년 1.5%의 징수율이 정해졌고, 2024년까지 전체 SO 사업자의 영업이익이 97% 가량 감소하는 동안 논의는 계속 미뤄져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3%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징수율이 0.8%는 돼야 SO 사업자들이 살만한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1.3%로 조정 시 감소하는 비용은 전체 SO 기준 50억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정부 측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토론에 참석한 성재식 방미통위 팀장은 "과거 지상파와 종편 사업군에 먼저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위기 상황을 감안해서 징수율을 하향했다"며 "유료방송이 임계점에 달한 만큼, 징수체계를 일원화해 사업자 간 차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8월에 징수율을 결정하기에 시간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징수 체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방발기금 징수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이상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은 "방미통위의 입장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운을 떼고, "감면을 논하기 위해서는 그 이후의 대안도 있어야 한다"며 "유료방송의 전체적인 파이가 감소하는 가운데, 몸집을 키워가는 OTT와 포털 쪽에서 보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발기금을 통해 이뤄지는 공적 사업을 고려해 전체 징수 규모를 유지하되, 징수대상을 확대해 개별 사업자의 부담을 낮추자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박성순 서울예술대 교수는 "(현행) 기금 총액이 꼭 맞아야 한다는 전제 안에서는 제도 개선 논의가 나아가기 어렵다"며 징수 대상 확대의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방송 산업 전반의 접근성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 방발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사업들을 걸러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금의 현실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변희섭 한림대 교수는 "정부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 시장의 자생력을 갖추게 하는 게 정부의 주된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담률 산정에 있어 투자 지출 규모와 사업권의 가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자 스스로 경영 효율화와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도록 시장의 혁신 동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황희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지금 방송산업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케이블TV SO는 지역채널 운영, 재난방송, 선거방송, 생활밀착형 정보 제공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공적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지만, 경영 여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방발기금 제도를 현실에 맞게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시대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허예지 기자)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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