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는?…"트럼프 마음만 먹으면 전쟁터"
안전핀 없는 트럼프…미 의회 '탄핵 추진'·유엔 사무총장 '세계 평화 직접 위협'
2025-06-23 16:40:37 2025-06-23 17:00: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힌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인근에서 열린 노동자연대의 '전쟁 중단 및 이스라엘 공격 규탄집회'에서 이란인 등 집회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작전명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미드나이트 해머)'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어떤 목표든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습니다. 당장 중동의 정세는 물론 한반도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이 우려스러운 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제어할 안전핀이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습 결정은 의회 승인 없이 이뤄졌습니다. 미국 언론은 대다수 의원들이 백악관 발표 직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헌법상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의회의 승인 없는 이란 공격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합헌이 아니다"라고 했고, 랜디 폴 상원의원도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은 불법이고, 대통령 혼자 전쟁 못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의회 승인 없이 불법 군사행위', '정당한 절차 없는 군 투입', '위헌적', '탄핵 사유' 등 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전쟁과 관련한 대통령의 결정권을 제약하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을 즉시 통과시키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큽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무력을 행사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제평화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위험한 시기에 혼돈이 악순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에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유엔의 우려에도 유엔이 미국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건 딜레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이라면 향후 비핵국들은 핵을 가진 강대국들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럼프, 북 핵시설 공격 가능성 배제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일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북한의 핵 시설 공격을 승인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두고 북한도 크게 반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외무성 대변인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 행위를 주권침해와 국제법위반으로 강력히 규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기타 국제법 규범들을 엄중히 위반하고 주권국가의 영토 완정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대이란 공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른바 평화 유지와 위협 제거의 구실 밑에 물리적 힘의 사용으로 중동지역의 정세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전 지구적 안전 구도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초래한 미국의 행위는 심각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비판은 영변·강선 등 북한 핵 시설이 미국의 다음 공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반응은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수위 조절을 한 느낌"이라며 "수위조절의 의도는 이란과 북한의 비교를 경계하고 '이란 다음은 북한'이라는 북한 핵 문제 부각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은 실행 가능성이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충격과 공포를 안겼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리더십, 미국 첨단무기의 정밀타격 능력, 이란 핵시설 파괴 관련 소문의 확산에 따른 군부 의욕 저하와 내부 통제력 약화 가능성, 유사시 동맹국인 러시아의 태도 돌변 가능성 등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북한 대외 노선에 중대 영향 미칠 듯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북한의 대외 노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이번 공습을 미국의 선제적 군사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북한이 체제 생존과 핵무기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존 정책의 정당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임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선제공격 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남북 대화와 미국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중국과의 반서방 연대를 중심으로 군사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대외전략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을 바탕으로 무기 공동 개발, 합동 군사 훈련, 기술 이전, 경제적·군사적 상호 의존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할 것이 예상된다"며 "러시아의 위성항법 기술과 전자전 장비를 도입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밀도 향상과 KN-23, SA-5와 같은 방공망 성능 향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란과 달리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이미 완성된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 또는 지원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평택기지에 집중돼 있는 주한미군 병력 2만 8500여명과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깁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촉발된 급변하는 국제 환경은 기존의 평범하고 일반론적인 외교 접근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남북대화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글로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차원이 다른 창의적이고 대담한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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