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전통적인 노동집약 산업인 국내 조선업계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조선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작업자 안전문제, 고부가 선박 경쟁 속에서 디지털 전환이 조선소의 생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각사의 솔루션으로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전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로봇이 선박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HD현대)
스마트조선소란 설계부터 자재관리, 생산, 품질검사, 물류, 인도까지 조선소 전 공정에 AI·로봇·디지털 트윈·IoT 등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과 정밀도를 극대화한 디지털 기반 첨단 조선소입니다.
업계는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통해 생산성과 건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부터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인력 관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스마트조선소가 구축되면 생산성은 20~30%가량 늘릴 수 있고, 건조 기간도 30% 가량 낮출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연구 중이지만, 조선업계 고질적인 인력난과 작업자 안전 문제도 동시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의 선박용 용접 로봇. (사진=한화오션 제공)
이에 따라 국내 조선 빅3는 각각의 방식으로 스마트조선소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HD현대는 지난 2021년부터 ‘FOS(Future of Shipyard·미래형 첨단 조선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VR·AR), 로보틱스, 자동화,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조선소 전반에 융합하는 것이 핵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생산성과 선박 건조 기간을 각각 30%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HD현대는 이 스마트조선소가 완성되면 인력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선박과 함정 분야에서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경남 거제조선소에 드론과 Io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생산센터 ‘스마트야드’를 도입해 설비와 자재의 위치·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선박 건조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 등 해외 사업장에도 단계적으로 스마트야드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3D 디지털 생산도면이 담긴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삼성중공업 직원.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조선소 전반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실시간으로 분석·관리하는 스마트 플랫폼 ‘SYARD’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생산, 설계, 구매 등 주요 공정에 IoT와 AI 기술을 적용해 인력과 자재, 에너지 같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공정 단축과 위험 요소의 사전 제거에도 기여합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원격 품질검사, 디지털트윈과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무도면 생산, 설계 과정에 투입된 챗봇 시스템까지 도입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공정에 로봇 자동화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조선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회사의 미래 산업 비전이 스마트조선소에 있는 만큼, 구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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