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산재보험료 납부 1위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동안 보험료로 총 4000여억원을 냈지만, 사업장의 사고 위험도를 반영하는 ‘보험료율’은 5년 내내 제자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총 2조6000여억원을 보험료로 낸 상위 10대 기업 대부분도 보험료율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높아져, 막대한 보험료를 쏟아붓고도 산업 현장의 안전 수준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기업별 산재보험료 납부액 및 산재보험료율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산재보험료를 가장 많이 납부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해당 기간 납부액은 4287억8200만원에 달했습니다.
이어 현대건설(3520억8800만원), 삼성물산(3464억4600만원), 대우건설(2822억1000만원), GS건설(2606억7100만원), 포스코이앤씨(2409억4100만원), 롯데건설(2076억5900만원), 현대자동차(1997억7400만원), DL이앤씨(1789억900만원), SK에코플랜트(1736억1300만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위 10대 기업에는 전자·자동차·건설·에너지 등 기간산업 전반이 포함됐습니다. 대기업이 납부한 산재보험료 및 산재보험료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산재보험료는 기업의 임금 총액에 보험료율을 곱해 산정됩니다. 따라서 고용 규모가 크거나 사고율이 높을수록 부담액이 커집니다. 특히 이때 ‘보험료율’은 단순한 계산 요소가 아니라, 사업장의 안전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됩니다. 요율이 낮아지면 재해율이 줄고 안전관리가 개선됐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요율이 높거나 그대로라면 위험 수준이 여전하다는 뜻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84조에 따르면 산재보험료율은 매년 ‘개별실적요율제’를 통해 조정됩니다. 최근 3년간의 재해율과 산재보상금 지급 실적, 노동자 수 등을 종합 평가해 안전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최대 50%까지 인하, 반대로 재해율이 높으면 최대 50%까지 할증됩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5년간 주요 기업들의 보험료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건설사에 비해 0.48%로 보험료율이 현저하게 낮지만, 2020년 이후 5년 동안 변화가 없었습니다.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산업 특성상 원래 위험 요율이 높은데도, 최근에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현대건설은 2020년 3.1%에서 2023년 3.6%로 상승, 2024년에도 3.5%를 기록했습니다. 삼성물산 역시 3년간 2.94%를 유지하다가 2023년 3.47%로 급등했고, 2024년에도 3.37%를 유지했습니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각각 3.1%에서 3.5%로 올랐으며, 포스코이앤씨도 3.02%에서 3.2%로 상승했습니다. 롯데건설은 3.02%에서 3.1%, 이후 3.5%까지 높아졌고, SK에코플랜트는 2020~2022년 3.02%를 유지하다가 2023년 3.37%로 뛰었으며, 2024년에야 2.94%로 겨우 낮아졌습니다.
삼성전자처럼 현대자동차도 5년 내내 1.09%로 제자리였습니다. 산재 예방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위험 요율이 상승하거나 개선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박홍배 의원은 “산재보험료 부담액이 5년간 수조원에 육박하는 데도 주요 대기업의 보험료율이 제자리라는 것은 실질적인 개선이 없다는 의미”라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사람의 목숨’이라는 가장 중요한 성과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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