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불법 파업을 벌였다며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조선하청지회 노동조합을 상대로 2022년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한화오션이 소 취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노조 측과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도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노사 간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노사 화합과 안정적 경영 환경 조성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친노동 기조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추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3일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때부터 이어져오던 470억원 손배소 취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승소해도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노사 갈등을 정리하고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승소하더라도 개인에게 470억원을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며 ‘노조 탄압’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미 해당 금액을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한 상태입니다.
앞서 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일부 조합원들은 2022년 6월2일부터 51일간 독(Dock·선박 건조 설비)을 점거한 뒤 파업을 벌였습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난 후 “불법 파업으로 약 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조선하청지회 소속 간부 5명에게 470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했고, 같은해 12월 한화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뒤에도 소송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손배소를 단순 취하할 경우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파업으로 주주들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관련 소송을 철회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손배소 취하와 같은 대승적 결정을 내리려면, 노조 역시 불법 파업 재발 방지 등 최소한의 약속은 해야 이사회나 주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서울 한화빌딩 앞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유화적인 제스처와 함께 한화오션은 노사간 화합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18일 한화오션 노사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원들의 권익신장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 진행 중인 모든 고소·고발 사건들을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 전날에는 한화오션 협력사와 조선하청지회가 임단협 잠정 합의안 성격인 ‘의견 접근안’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14개월간 이어진 교섭이 진전을 보이면서, 97일간 철탑에 올라 있던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도 고공농성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치권이 한화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점도 잇딴 화해 모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손배소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던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은 지난해 11월에도 “대통합과 화합을 위해 손배소 취하를 사측에 요청했다”고 밝히며 중재에 나선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한화의 경영권 승계와 유상증자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당혹감’이 흘러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화오션의 이번 결정을 노사 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자, 정부의 친노동 기조에 호응하는 민간 부문의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은 기업과 노동자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 기조가 민간 부문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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