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 감독 "DS2, '인간적인 연결'에 대해 그렸다"
코지마 히데오 '데스 스트랜딩 2' 감독 내한 인터뷰
1편서 '연결의 회복'으로 팬데믹 상흔 치유
2편은 "우린 연결돼야 했을까" 근원적 질문
"서로 배려하며 다가가는 소통 구현"
'삼손 훅' 마동석 인연 소개…게임 속 피자 현실로
2025-07-05 10:00:00 2025-07-05 10: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단절과 고립에 내몰린 인류가 서로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준 게임 '데스 스트랜딩'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마주했을 당시 우리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반복된 이념 갈등과 무역 분쟁 앞에서, 인류는 다시 이 질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결돼야 했을까(Should We Have Connected)?"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6년만에 들고 온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는 연결을 넘어선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주인공 샘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4일 서울을 찾은 코지마 감독은 "온라인, 메타버스도 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연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의 의문을 속편에 많이 담을 수 있었다"고 두 번째 연결을 마친 소회를 밝혔습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4일 신촌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열린 '데스 스트랜딩 월드 스트랜드 투어 2 서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단절의 무력감 치유한 'DS1'
 
이번 작품 발매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전작의 창의성과 업적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생사의 경계인 해변에서 이승으로 좌초된 영혼(BT)이 산 사람과 부딪히면 반경 수십㎞가 폭발하는 대재앙의 공포는, 우리가 무력하게 고립돼야 했던 팬데믹 상황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본래 미국의 장벽 건설과 영국의 브렉시트, 인터넷 등에서 착안한 주제의식이 현실 속 재앙과 만나 공감대를 넓힌 겁니다.
 
샘(노먼 리더스)이 루와 함께 엄지를 들고 '좋아요' 하고 있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포토 모드)
 
고립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배달하고 이들을 '카이랄 네트워크'로 연결해, 무너진 USA를 UCA(미주도시연합)로 재건한 샘(노먼 리더스)의 여정도 남달랐습니다. 생사의 경계에 갇혀 BT를 볼 수 있는 병 속의 태아 'BB-28'을 품고 UCA를 연결한 뒤, 버려질 운명이던 BB에게 '루'라는 이름과 세상을 배달해준 샘의 서사는 사람과 세대를 종횡으로 묶는 연대의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게이머들은 서로를 볼 수 없고, 험지에 사다리를 놓고 가는 식으로 말 없이 연대하며 '좋아요'로 화답할 뿐인 파격적인 온라인 기능으로 서사와 게임성 모든 면에서 우리의 인간성을 고양시켰습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 (사진=SIEK)
 
"온라인 세상, 인간적 연결 결여돼"
 
샘은 1편의 결말 이후 11개월 뒤 루와 헤어져 멕시코와 호주를 연결하러 떠나는데요. 감독은 샘의 등을 떠밀면서 "우린 연결돼야 했을까"를 묻습니다. 단순한 연결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늘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지만, 타인과 실체적으로 맞닿았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나를 실존하게 하는 소통이란 어떤 것인지, 감독이 그 진실된 소통을 어떻게 게임으로 구현하려 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코지마 감독은 "20세기 인터넷이 등장해 전 세계가 연결되고 있지만, 인간적인 연결은 결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라인 게임에서 헤드샷을 쏘기도 하는데, 왠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사회적으로도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과 신카와 요지 아트 디렉터. (사진=SIEK)
 
이어 "편지 쓸 때와 보낼 때의 마음, 그리고 그걸 받아 읽을 때까지 일정한 시차가 발생한다"며 "편지를 읽는 사람은 글쓴이가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썼을까 하며 이해하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걸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든 게 게임 속 소셜 스트랜드 서비스(SSS)"라며 "약하거나 간접적인 연결로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지금의 인터넷 세상이 아니라 1970~80년대 아날로그에 가까운 시스템을 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다가가는 관계를 구축하려 했으니 DS2로 체험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SSS의 특징은 주인공 샘이 직접 만난 사람들끼리 연결된 소셜 미디어라는 겁니다. 극의 후반에선 샘과 루의 애틋한 연결을 강조해, 안타까움을 더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합니다.
 
'데스 스트랜딩 2'를 하다 보면, 샘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소셜 스트랜드 서비스(SSS)로 샘 일행의 활동을 평가하거나 안부를 묻고 뭔가를 부탁하기도 한다. 화면 가운데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삼손 훅'의 글이 적혀있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실행 화면)
 
"마동석 배우 빅 팬"
 
이번 작품에 카메오 출연한 마동석 배우도 '삼손 훅'이라는 이름으로 샘과 연결되는데요. 줄기차게 팬심을 표현한 덕분에 마 배우와 만나 촬영까지 하게 됐다고 합니다.
 
코지마 감독은 "마동석 배우의 빅 팬이라는 얘길 계속 했더니 에이전트가 연결해줬다"며 "꽤 오래 전에 줌(화상 통화)으로 뵙기도 하고, 일본에 있는 저희 회사(코지마 프로덕션)에 방문해주기도 하셨다"고 돌아봤습니다.
 
호주에서 필요한 물자를 전달 받고 카이랄 네트워크에 연결된 삼손 훅(마동석)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실행 화면)
 
이어 "LA(로스앤젤레스)에서는 같이 초밥을 먹기도 했고, 일본 스튜디오에 오셨을 때 마 배우께서 출연 의사를 밝히셔서 촬영이 성사됐다"며 "뭔가 심오한 이유나 배경은 없었고, 마 배우를 스캔한 뒤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할까 상의하다 지금과 같이 완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코지마 감독은 신카와 요지 아트 디렉터, 아누팜 트리파티 배우와 함께 팬 미팅 '데스 스트랜딩 월드 스트랜드 투어 2 서울'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코지마 감독의 팬 250명이 엄지를 들며 환호했습니다. 무대에선 DS2에 나오는 '아타미 피자'를 재현한 잭슨피자, 샘 일행의 배송 회사인 '드로 브릿지' 로고를 활용한 케이스티파이와의 협업 등이 발표됐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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