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검찰 '광화문지검' 전락…'보은인사' 논란
김영섭 체제 들어 검찰 출신 대거 영입
검찰 출신, 김영섭-임현규와 함께 3대 세력 형성
2025-07-17 06:00:00 2025-07-17 08:14:2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경영진 교체 과정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영섭 체제 출범 이후 검찰 출신들이 줄줄이 요직을 꿰차면서 보은 인사·코드 인사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들은 법무를 비롯해 그룹 거버넌스 관장 조직까지 차지하면서 김영섭 대표 중심의 LG CNS 출신,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중심의 MB 계열과 함께 KT를 장악한 3대 세력 중 하나를 형성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T가 검찰청 '광화문지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내놨습니다. 
 
검찰 출신, 줄줄이 요직 꿰차 
 
지난 2023년 8월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는 같은 해 11월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검사 출신의 이용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법무실장(부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낸 추의정 변호사를 감사실장(전무)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 출신인 허태원 법무법인 아인 대표변호사를 준법지원실장(상무)에 앉혔습니다. 김 대표는 법조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무실장 자리 외에도, 독립 기구인 컴플라이언스 위원장에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을 임명해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나온 바 있습니다.  
 
검사 출신 임원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친윤 검사'로 분류되거나, 윤석열 사단과 인연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용복 법무실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별검사보를 지냈으며, 윤석열 당시 특검 팀장을 비롯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근무했습니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특수통 출신인 추의정 감사실장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에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근무했던 허태원 준법지원실장은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때 한동훈 전 대표의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와 함께 근무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김후곤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검수완박' 정국에서 검찰 내 반대 목소리를 선봉에서 대변해 온 인물입니다.
 
이처럼 검찰 출신을 대거 영입한 것을 놓고 '보은 인사' 논란이 일자,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KT의 여러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이 탁월하고 경험 많은 인재를 삼고초려해 모셔왔다"며 "앞으로 KT가 아주 튼튼하게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구조적 균형마저 배제…"검사 천하"
 
물론 KT의 법조계 출신 영입이 김 대표 체제에만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황창규 전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 체제에서 영입한 인물에 일임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남상봉이 법무센터장을 역임했고, 2015년 말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출신인 박병삼을 법무실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출신인 안상돈을 법무실장으로 임명한 구현모 전 대표는, 기존 법무실과 윤리경영실 내 컴플라이언스 관련 조직을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한 뒤 위원장에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내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전임 대표들은 외부 법조인과 내부 KT 인재로 법무실과 컴플라이언스 구조에 균형을 맞추려는 행보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검찰 출신을 핵심 보직에 앉힌 김 대표의 인사 스타일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황 전 회장은 KT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에 품질보증단으로 입사해 성장한 박정태와 한국전기통신공사 선임연구원으로 들어와 주요 요직을 거쳤던 정준수를 윤리경영실장에 앉혔습니다. 감사실과 컴플라이언스추진실은 기존 윤리경영실을 쪼개 신설한 부서로, 종전 윤리경영실장은 판사 출신 법조인이었습니다. KT 전직 고위 임원은 "KT에서 키운 인재들도 중용, 법무실에 외부 인사를 앉히더라도 구조적 균형을 갖추려고 했던 것이 기존의 기조였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KT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감시하며 거버넌스를 총괄하는 요직에 검찰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즐비한 점이 내부 견제와 비판을 느슨하게 만들어 조직 건강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KT 관계자는 "KT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조직 간 보완체계가 있어 대표이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이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면, 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검찰 출신을 비롯해 보은 인사들이 줄줄이 핵심 보직을 꿰차자 KT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KT 새노조는 지난해 초 낸 성명에서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들을 대거 임원으로 영입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KT의 혁신이 아니라 김영섭 대표 자신을 지켜줄 인맥 구축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였던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한 KT 인사 기조에 대해 "김영섭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검사 대통령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밖에 달리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온 동네가 검사 천지고, 검사 천하"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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