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보일러 산업의 성장 정체가 고착화하면서, 국내 대표 보일러 기업들이 '탈보일러'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 이른바 보일러 업계 양대 기업은 냉난방공조(HVAC)와 렌털·구독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력과 인프라,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기존 제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동은 가정용, 귀뚜라미는 산업용…HVAC 확장 속도
가장 가파르게 확장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HVAC입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에어컨, 환기청정기, 주방가전 등 가정용 제품군을 넓히며 공기질 통합 관리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보일러·온수기 라인업에 냉방 제품을 더해 HVAC 통합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진행 중입니다.
해외 시장 전략도 적극적입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에서는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와 히트펌프를 연계한 통합형 HVAC 시스템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일 게획입니다. 최근에는 영국 최대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습니다.
귀뚜라미는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인수한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3개 냉방 계열사를 통해 산업용 냉난방 시장에 조기 진입했으며, 이들 계열사는 현재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산업용 냉각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의 전체 매출에서 HVAC를 포함한 비보일러 부문이 이미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존 보일러 중심 제조사의 틀을 넘어선 전환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귀뚜라미가 냉동기, 냉각탑, 환기, 클린룸 등 산업용 제품군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최근 공기 기반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로 '액체 기반 냉각(Liquid Cooling)'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이는 서버에 직접 특수 냉각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힙니다.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전경.(사진=경동나비엔)
'렌털'에서 '구독'으로…B2C 시장 공략 가속화
두 기업은 B2B 중심의 HVAC 사업 확장과 함께, B2C 시장에서는 렌털과 구독 비즈니스 모델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은 단순 렌털을 넘어, 다양한 제품을 패키징해 제공하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환기청정기 렌털과 케어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숙면매트 사계절', '3D 에어후드' 등 제품군을 확장하며 구독 서비스를 본격화했습니다. 숙면매트 구독 상품은 정기 방문 케어, 무상 A/S, 계약 종료 후 소유권 이전까지 포함돼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동나비엔은 자회사 '경동C&S'를 설립하고 독립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기존 정수기·공기청정기 중심의 렌털 시장에서 벗어나, 자사 기술력이 반영된 생활가전 중심의 구독 모델을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렌털은 단일 제품을 빌리는 구조라면, 구독은 여러 제품을 조합해 생활 패턴에 맞춰 소비자가 직접 구성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접근성과 편의성을 동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귀뚜라미는 타사와의 협업을 통해 렌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7일 현대렌탈케어와 함께 가정용 보일러 렌털 서비스 '따숨케어'를 공식 출시하며, 소비자 대상 서비스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5년 무상 A/S, 연 1회 점검, 24시간 고장 대응 등 전 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보일러는 고장이 나기 전까지 상태를 알기 어려운 대표적인 내구재"라며 "따숨케어는 설치부터 유지·관리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로, 소비자 신뢰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보일러 제품 중심이나, 향후 환기 시스템, 창문형 에어컨 렌털 서비스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창문형 에어컨 렌털 서비스는 내년 여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현대렌탈케어 다이렉트몰에서 귀뚜라미 보일러 렌턴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다.(사진=현대큐밍 다이렉트몰)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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