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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17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임기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챗GPT 등 해외 AI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독립적으로 개발한 AI 모델로 '소버린(Sovereign·독립적인) AI(주권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3~5년이 소버린 AI를 확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살펴보고 향후 소버린 AI를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소버린 AI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형 AI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정예팀에 선정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데이터, 인재 등 자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LG(003550),
NAVER(035420)(네이버) 등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다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용성 등이 강조돼 ‘독자 AI 모델’에 선정될지라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AI 모델 확보…'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공모'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 과기정통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버린 AI를 위해 한국형 AI 모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배 후보는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번 사업의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한국형 AI 모델을 확보해야 글로벌 AI 3대 강국(G3)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0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정예팀을 오는 7월21일까지 공모한다고 알렸다. 국내 AI 기업·기관을 중심으로 최대 5개 정예팀을 선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6개월 단위로 경쟁형 평가를 추진해 2개팀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선발된 정예팀은 6개월 이내 출시한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등 희망 자원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추후 적정 규모를 검토한 뒤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단계 평가를 거쳐 500장에서 1000장 이상 규모로 GPU를 지원할 방침이다. 팀당 데이터 공동구매는 연간 100억원, 데이터 구축·가공은 연간 30억~50억원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인재 지원의 경우 정예팀 압축과 상관없이 오는 2027년까지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정예팀에 선정되기 위한 평가 기준으로는 우선 ‘기업의 기술력과 개발경험’이 꼽힌다. 가장 큰 40점이 배점된다. 기본적으로 AI 파운데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해 다른 회사와 라이센싱 이슈가 없어야 한다. 오픈AI 등 외국 AI 모델의 아키텍처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단,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
다음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목표의 우수성과 실현 가능성 등 개발목표와 전략·기술에는 30점이 적용된다. 실행 가능한 단계별 개발 목표를 제시하고 GPU·데이터·인재 등 지원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파급효과와 기여계획에는 30점이 배점될 예정이다.
다만, 파급효과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으려면 대국민을 대상으로 AI 접근권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큰 이득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김선주 연세대 인공지능융합대학 컴퓨터과학과 학과장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수익성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AI만으로 돈을 엄청 번 회사는 사실 없다”라며 "당장 세계 제1의 AI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가 1등이 되고 수익성을 얻는다고 하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고민할 문제다. 다만, 이번 사업이 기업 위주로 가더라도 학교들도 포함이 될 것으로 예상돼 AI 인재 양성이라는 부수적인 효과 덕에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부터 코난테크놀로지 등 스타트업까지 참여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서 대표 AI 모델로 선정되면 실질적인 자원 지원 외에도 'K-AI 모델', 혹은 'K-AI 기업' 등 명칭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 따르면 초반 5개 정예팀에는 대기업 3팀, 스타트업 2팀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예팀에 선정되려면 기술력을 비롯해 AI 생태계 지원 가능성이 주요한 선정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 AI 연구원을 비롯한 IT 대기업의 경우 자체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참여 의지를 밝혔다. 오픈소스 공개 수준은 ‘파급 효과 및 기여 계획’ 항목에 포함돼 있어 주요한 평가 수단으로 꼽힌다. 이에 LG AI 연구원은 최근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하고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 페이스에 오픈 웨이트 모델로 선보였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수정이나 재배포가 가능해 연구나 학술, 또는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로 한국 AI 생태계에 기여해 왔다. 지난 4월 무료 배포한 오픈소스 경량모델 '하이퍼클로바 X 시드(SEED)'는 한 달여 만에 다운로드 50만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추론 능력을 기반한 '하이퍼클로바 X 씽크(THINK)' 개발을 완료했다. 유사 규모로 구축된 국내 주요 추론모델과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보타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으며 네이버는 추론모델을 오픈소스로도 공개할 방침이다.
카카오(035720)도 자체 개발 언어모델 카나나(Kanana)' 라인업 중 4종을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아파치 2.0(Apache 2.0) 라이선스를 적용해 자유로운 수정이나 상업적 활용도 가능하다.
KT 기술혁신부문 연구원들이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믿:음 2.0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KT)
통신업계와 게임업계도 이번 사업에 참전할 예정이다.
SK텔레콤(017670)은 허깅 페이스에 독자 구축 LLM '에이닷 엑스(A.X) 3.1 라이트'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특히 모델의 맨 처음 단계부터 모두 직접 구축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을 적용했다.
KT(030200)도 자체 개발한 LLM '믿:음 2.0'의 오픈소스를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110억 파라미터 규모 한국어 범용 LLM을 오픈소스로 개시한 것이 특징이다.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는 ‘바르코 비전(VARCO-VISION) 2.0’의 멀티모달 모델을 오픈소스로 선보였다. 바르코 LLM은 한국어 성능을 향상시켜 챗봇, QA, 자연어 생성, 자동 번역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국산 인프라로 승부를 보는 기업들도 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코난테크놀로지가 적극적인 개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다크호스로 지목된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파라미터 410억개 규모 언어모델 '코난 LLM'을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국산 AI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업스테이지·이스트소프트·트웰브랩스 등 강소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 기업 업스테이지는 퓨리오사AI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생성형 AI 사업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추론형 LLM '솔라 프로 2'도 출시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앨런 LLM'을 기반으로 검색 특화 AI 서비스를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진흥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동일한 인프라를 제공했을 때 기술력을 갖춘 실력 있는 곳을 뽑을 예정이기 때문에 꼭 대기업이 선정된다는 보장은 없다”라며 "그래서 다들 자체 LLM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시지만, 기술력이 좋고 개발을 잘할지라도 국민이라든지 생태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계획이 부실하다면 뒷부분에서는 점수를 많이 못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선주 학과장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선정이 되더라도) 결국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건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라며 "국가가 이 정도로 스타트를 끊어주고 지원을 해준다면 다음은 사적인 영역이다. 기업들에서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하고 회사의 프라이빗 섹터가 이끌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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