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KAI 민영화는 글로벌 항공우주산업 도약 발판
민간 역동성·기술혁신 접목돼야 치열한 국제 경쟁 생존 가능
2025-07-29 10:41:09 2025-07-29 15:57:30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중추로서, KF-21 보라매 전투기, FA-50 경공격기, 소형무장헬기(LAH) 등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인 준공공기관 형태로, 공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통제를 받는 구조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민간 경영이 어렵고,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정치권의 개입, 낮은 주인의식 등의 문제로 경영 효율성과 혁신 역량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것은 물론 임원진까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임명되는 관행은 조직의 안정성과 전략적 일관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일부 사례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과거 산업은행의 통제 아래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이 겪었던 구조적 병폐와 유사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수주, 방만한 경영, 반복되는 공적자금 투입의 악순환 속에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해갔다. 
 
그러나 2023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민간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저가 수주 관행이 사라지고,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선별적 수주 전략이 정착되었으며, 직원 복지와 사기도 크게 향상됐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았고,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등 글로벌 확장 전략이 전개되면서 회사의 신인도와 주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화 인수 직후였던 2023년 6월 약 2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025년 7월 현재 7만5000원을 돌파했으며, 시가총액도 7조5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변화는 민영화가 단순한 소유권 이전을 넘어,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KAI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KAI는 주요 전략과 투자 결정 과정에서 과도한 국가 개입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실제로 KAI는 군용 항공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민수항공기, 위성, 드론 등 민간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I가 민영화된다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 정치 논리에서 벗어난 경영 자율성이 확보되고, 수익성과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가 가능해진다. 둘째,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그 자금을 수출금융으로 전환함으로써 방산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낙하산 인사 차단을 통해 취업 비리와 예산 낭비를 줄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경영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 넷째, 민간자본 유입과 고용 창출은 지역경제와 국가 항공우주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천 본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핵심 방산 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국가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방위산업법, 전략물자관리제도, 정부의 일정 지분 유지, 이사회 구성 규정 등 관련 법·제도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며, 이는 이미 다수의 민간 방산 기업 운영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오히려 과도한 국가 개입이 기업의 창의성과 생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은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2025년 상반기 실시된 KAI 내부 직원 설문조사(사내 인트라넷 기반, 총 1007명 응답)에 따르면, 63%가 '정치적 간섭 없이 전문성과 자율성이 확보된 민간 중심 경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연구개발과 해외영업 부서 응답자들은 글로벌 투자 유치와 시장 개척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사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KAIST 지역정책연구센터, 2025년 6월)에서도 60.2%가 'KAI 민영화가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변하는 등 지역사회 역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KAI의 민영화는 한국 항공우주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공 소유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민간의 역동성과 기술혁신이 접목돼야만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적 관점이 요구된다. KAI 민영화는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실질적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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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반댈세~ 단물 빼먹을려고 수작질이네~

2025-07-29 18:43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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