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윤석열씨가 29일 김건희 특검의 소환에 불응했습니다. 출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별도의 통보도 없었습니다. 특검은 30일 오전 10시에 윤씨의 출석을 재차 요구한 상태인데, 윤씨의 행태로 봐선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특검은 윤씨의 불출석을 '소환조사 불응'으로 간주하고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오후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씨가 아무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실에 출석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검은 윤석열·김건희씨 부부가 2022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공짜 여론조사를 받아보고,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당초 특검은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씨를 소환조사 할 계획이었습니다.
다수의 취재진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앞에서 이날 소환 예정이었던 윤석열씨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실 윤씨의 소환 불응은 예견된 바입니다. 윤씨는 소환일 하루 전인 28일까지 변호사 선임계를 특검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수사 일정을 조율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입회할 변호인도 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특히 윤씨는 지난 10일 새벽 재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입감된 이후 내란 특검의 조사는 물론 내란 혐의 재판에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일 이후 윤씨가 특검의 소환에 불응한 건 총 4차례입니다. 내란 특검의 소환에 3번, 이날 김건희 특검의 소환에 1차례 나오지 않은 겁니다. 윤씨는 내란죄 형사재판엔 3차례 연속 불출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건희 특검은 윤씨가 30일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검은 '윤씨가 또 조사에 불응할 경우 기소를 검토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엔 "이미 신변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라 별도의 구속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면서도 "기소 여부는 좀 다른 문제여서 여유를 갖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윤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고심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씨는 이미 내란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돼 있는 데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윤씨가 구치소에서 나가길 거부한다면 조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보통 다른 건으로 구속돼 있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한정된 시간, 한정된 목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할 특검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청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곽 변호사는 "다만 구속된 상태에선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며 "강제 구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내란 특검의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특검이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 윤씨를 조사하지 못하더라도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관련된 증거와 증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씨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2022년 5월9일 윤씨는 명태균씨와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 상현이(윤상현 국민의힘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천관리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그간 윤석열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27일 김건희 특검 조사에선 윤씨의 공천 개입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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