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투 아닌 '개발사업 둔갑' 송도 R2…인천시도 알았다
P사 3월 말 황효진 부시장과 면담 후 사업 계획 수정
황 부시장 "사업 계획에 아파트 추가하면 되잖아요"
황 부시장은 '의혹 부인' 중…"P사, N사 다 만났었다"
"'아파트를 계획에 포함시켜라'라고 말하지 않았다"
2023년 백지화 논란 당시 '구조적 문제' 계속 반복돼
2025-07-31 17:56:21 2025-07-31 18:26:37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외국인 투자 유치라더니 민간 수익 중심의 부동산 개발이라는 지적을 받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R2블록 사업에 황효진 인천시청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3년 특혜 논란 속에서 백지화됐다가 2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데, 논란의 당사자가 또 사업 제안서를 낸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인천시청이 미리 이를 알고 있었던 걸로 드러난 겁니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사실이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2023년 N사는 R2블록 면적의 85% 이상을 주거시설로 구성하고 외국인 투자 명분만 앞세운 사업 구조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고, 인천시는 민간 수의계약 방식 자체를 폐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7월3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황효진 부시장이 N사의 경쟁사인 P사를 직접 만나 주거시설 확대를 조언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N사는 사업 제안서에서 주거시설 3500세대를 제시했는데 황 부시장이 P사에게 5000세대를 제안, 결과적으로 N사를 우회 지원했다는 겁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한 송도G타워.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황효진 부시장, P사에 "아파트를 추가하면 되잖아요"
 
민간개발사 P사는 2024년 1월 R2블록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기획을 할 때부터 외국인 자본을 유치한 교육·연구 시설 복합단지 조성을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P사는 이곳의 정확한 땅값을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P사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인천시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과 접촉했지만 아무도 R2블록 땅값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며 "2024년 12월 최초 제안서를 내고 나서야 '땅값은 조성 원가가 아니고 감정평가다'라는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성원가는 개발사업에 투입된 총비용을 의미하며, 감정평가액은 시장가치를 반영해 평가된 땅값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액은 조성 원가보다 비쌉니다. R2블록의 경우 조성 원가는 평당 200만원, 감정평가액은 평당 1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싼 땅값에 고민하던 P사는 올해 3월 말 인천시청 관계자를 통해 황 부시장을 만나게 됩니다. P사 관계자는 "3월28일 황 부시장과의 면담 때 땅값이 비싸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토로하자, 황 부시장이 '사업 계획에 아파트를 추가하면 되잖아요'라고 조언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 수익으로 땅값을 환수하면 된다는 취지로 이해됐습니다. 
 
이에 P사 관계자가 황 부시장에 "'R2블록은 현재 도시계획상 오피스텔만 건립이 가능한 구조인데 아파트를 어떻게 계획에 포함시키느냐'고 묻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도시계획을 바꾸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P사는 황 부시장과의 면담 이후 제안서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됩니다. 황 부시장 면담 전엔 R2블록에 오피스텔 약 2900세대를 짓는 걸로 계획했지만, 면담 뒤엔 주거시설 약 5000세대를 조성하는 걸로 대폭 변경한 겁니다. 제안서를 올해 6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출됐습니다. 
 
황 부시장 '조언'에도 투자유치자문단에선 제동 걸려
 
그런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P사는 황 부시장 조언대로 사업 계획을 수정·제출했는데, 곧바로 제동에 걸린 겁니다. 인천시 투자유치자문단은 P사의 사업 계획에 대해 "실질적인 외국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면서 "외국 기업이 사업의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이며, 전체 사업 중 외국인 투자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거·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위주로 구성돼 외투 사업의 성격이 희박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송도국제도시 R2블록.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황 부시장 조언에 따라 사업 계획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P사는 결국 자문단의 부정적 평가로 받고, 해당 안건은 투자유치기획위원회에서 보류로 결정됐습니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자문단 의견을 반영해 회의 안건에서 보류된 상태"라며 "다만 향후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재상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P사는 사업을 못하게 된 처지입니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N사가 P사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P사가 주거시설 5000세대를 제시함으로써 N사의 3500세대가 '합리적 수준'으로 포장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2023년 당시 주민들이 반발했던 과도한 주거시설 문제에서 N사가 '상대적으로 절제된' 업체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P사가 사실상 경쟁에서 배제됐고, N사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사실상 단독 경쟁 구도에서 인천시와 향후 협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습니다. 

황 부시장 "P사·N사 다 만나…구체적 조언 안 했다"
 
<뉴스토마토>는 황효진 부시장에게 올해 3월 말 P사와 만난 일, P사에게 아파트를 늘리라며 사업 제안서 수정을 언급한 일 등에 관한 반론과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부시장은 "어느 제안이든 기초적인 조언은 줄 수 있다. P사도 만났고, N사도 만났었다"면서 "P사에 구체적인 조언은 하지도 않았으며, 할 수도 없는 위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월 말 만남은 P사가 일방적으로 찾아와 만난 것이다. 제안서상 수치가 정확하지도 않은 것 같고,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불명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면서 "'오피스텔 대신에 아파트를 계획에 포함시켜라'라고 말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말할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 논란' 복사판 되어버린 송도 R2 개발사업
 
한편, 인천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송도 R2블록 사업이 민간 수익 중심의 개발에 불과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습니다. 인청시청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명분으로 접근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간이 중심이 되는 주거 개발사업이었다"며 "초기부터 구조가 잘못 설정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2023년에도 동일하게 문제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R2블록을 K-팝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K사의 제안을 시청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도 없이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려 했다가 논란 끝에 결국 사업을 백지화했습니다. 문제는 이 K사가 현재 논란이 되는 N사와 본질적으로 같은 회사라는 점입니다. 2023년 백지화 당시와 동일한 사업자가 이름만 바꿔 다시 등장한 겁니다. 당시 지적받았던 구조적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재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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