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극항로는 우리의 미래다
2025-08-07 06:00:00 2025-08-07 11:54:49
새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사업'을 국정 과제로 채택하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바다에 인접한 지자체 간 북극항로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이전될 부산시는 북극항로 개척 TF를 출범시켰고, 강원도는 2029년 준공 예정인 동해신항을 북극항로 거점 및 전진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영일만항을 관문항으로 키우기 위해 2배 확장을 추진 중이고, 전남도와 울산시도 각각 항만시설 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북극항로의 개척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으며,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으로 인하여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연결되는 기존 항로는 2만2000km였으나, 베링해와 북극해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이어지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가 1만5000km로 32%나 단축된다. 운항 일수도 40일에서 30일로 10일이 단축되고, 이에 따라 연료비와 인건비가 절감되어 운송비용이 25%까지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항로의 중요성은 이와 같은 운송비 절감 효과에 따른 물류 효율성 증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쇄빙선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로 우리나라 조선 및 해운 산업에도 새로운 수익원 확보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 북극 LNG 등 에너지 자원의 수입 경로가 다양화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군사, 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북극의 지정학적 가치가 커지며 북극항로 활성화에 따른 부산항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주요국들도 북극항로 활성화를 예상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북극항로 국가 개발계획’을 통해 쇄빙선 4척을 추가 건조하고 주요 항만시설 현대화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자국 선박의 운항을 우선시하고, 항만 이용 및 운항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북극항로의 통제권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북극과 직접 맞닿아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8년에 ‘북극 실크로드’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북극 자원 개발, 극지 과학 탐사, 항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러시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북동항로 인프라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군사적 고려와 환경 규제 간 균형을 유지하며 북극항로 개발에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극항로의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쇄빙선 및 북극 전용 선박에 대한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둘째, 북극과 연결되는 막대한 규모의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국내 항만 인프라 구축 및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북극이사회 등 국제기구 참여 확대를 통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IMO 환경 규제에 맞춘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새로운 항해 길이 아니라 미래 경제와 안보 및 에너지 주도권을 좌우할 전략적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학계, 산업계가 합심하여 기술 개발에 힘쓰고 국제 협력을 통해 이 흐름을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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